재개발·재건축조합이 총회에서 설계업무의 수행을 위해 설계업자를 선정하였으나, 향후 조합과 설계업자간 다툼으로 인하여 설계용역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있다. 


조합이 해지된 설계업자의 설계도서에 의거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위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공사를 시행중인 경우 설계업자는 위 조합을 상대로 설계도서의 사용금지와 저작권법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건축물의 설계 표준계약서’ 제18조에 의하면 “이 계약과 관련한 설계도서의 저작권은 을에게 귀속되며, 갑은 을과 협의없이 이 설계도서를 사용하여 다른 곳에 건축을 할 수 없다”라고 명시함으로써 설계도서의 저작권이 설계업자에게 있음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조합과 설계업자간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설계도서의 저작권이 조합에게 귀속된다고 명시할 경우 설계도서의 저작권이 조합에게 귀속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저작권법의 기본원칙상 창작자가 저작자가 되므로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저작권자가 조합으로 변경될 수 없다. 다만 위 합의의 내용은 저작자는 설계업자이지만 설계업자에게 조합으로 저작권이 양도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설계용역계약의 해지는 계약체결시점으로 소급하여 무효로 하지 않으나 장래에 향하여 당해 계약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것이다. 


만약 설계용역계약이 해지되었다면 조합은 장래에 향하여 당해 설계도서의 이용권 또는 양도받은 권리를 상실하게 되므로 당해 설계도서에 의한 건축공사를 시행하지 못한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일부 학자는 설계용역계약이 체결되면 설계도서의 이용권이 건축주에게 부여된 것으로 추정되고, 용역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이용권과 관련한 소급효가 없고 다만 장래에 청산의 문제만 남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다른 학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설계용역계약의 해지후에도 설계도서에 대한 이용권이 건축주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설계업자가 조합에게 설계도서를 교부하고, 그에 따라 조합이 설계업자에게 설계비 중 상당부분을 지급한 경우에도 조합이 설계용역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해당 설계도서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석된다면 일반인들 입장에서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해석이라 할 것이다.


조합이 해지된 설계업자의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공사를 시행한 후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용역계약 해지로 인하여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면 이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에 대법원 2000.6.13. 99마7466 결정은 “가분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진 건축설계계약에 있어서 설계도서 등이 완성되어 건축주에게 교부되고 그에 따라 설계비 중 상당 부분이 지급되었으며 그 설계도서 등에 따른 건축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중단할 경우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건축주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건축사와 건축주와의 사이에 건축설계관계가 해소되더라도 일단 건축주에게 허여된 설계도서 등에 관한 이용권은 의연 건축주에게 유보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는 바, 조합은 설계용역계약해지 후에도 해당 설계도서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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