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는 조합원의 의결권 행사방법으로 직접 참석과 서면결의서 제출이 있다는 것, 서면결의서는 그 행사방법의 간편성에 힘입어 직접 참석에 비해 압도적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 제3자의 관여없이 이루어지는 서면결의의 특성상 위조 문제가 자주 거론된다는 것, 서면결의 위조의 문제는 특히 임원 선출 혹은 해임 안건에서 두드러진다는 것, 서면결의서 위조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흔히 형사고소를 활용하게 된다는 것 등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형사고소를 통해 손쉽게 위조의 증거를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는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기 힘들다. 수사 관행에 비추어 위조자를 특정하여 수사를 요청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 스스로 탐문·소환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민사소송 제기 후 수사기관에 사실조회 혹은 수사기록 송부촉탁 등의 방법으로 작성명의자 본인의 위조 취지 진술을 확보할 수 있으니 수사기관 고소가 여전히 유용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기밀유지나 관계인의 사생활보호 등을 이유로 법원의 사실조회, 기록 송부촉탁 등에 대체로 협조적이지 않다. 위조가 밝혀진 것도 아니고(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 종결이 대부분이다)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이라면 더구나 그러하다. 


당연히 민사소송 재판부로서도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기록 송부촉탁이나 사실조회를 요구하는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이는데 그만큼 소극적이다.


형사고소를 통한 위조 규명이 사실상 어려운 것이라면 서면결의서 위조의 입증은 민사소송 절차에서 정공법을 취할 밖에 별 도리가 없다. 정공법이란 곧 서면결의서 작성명의자의 ‘나는 서면결의서를 작성한 사실도 제출한 사실도 없다’는 진술 확보를 의미한다. 


작성명의자의 진술을 녹음한 후 녹취록을 제출하거나 사실확인서를 받아 민사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만 그것만으로 위조가 입증되지는 않는다. 녹취록이나 사실확인서는 서면결의서 작성명의인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기 위한 방안정도로 이해하는게 옳다. 


요컨대 서면결의서 위조의 입증은 위조를 의심할 만한 자료(본인의 사실확인서나 녹취록 등)를 확보하고, 이를 근거로 해당인을 증인으로 신청하면, 법정에서의 증언이나 필적감정(증언 내용과 필적감정 결과가 상이하면 객관적 필적감정 결과가 보다 유력한 증거로 평가되는 것이 보통이다)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처럼 위조를 가리는데 작성명의자의 진술은 절대적이다. 필적감정이라는 객관적 방법으로 증인의 거짓 진술을 가려내는 것이 제한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지만 만약 증인이 본인 스스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제3자가 작성하도록 허락하여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면(서면결의서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자필로 작성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입장이다) 서면결의서의 필적이 본인의 필적과 다르다는 것은 아무 의미없는 사실이 되기에 필적감정 자체가 불필요해진다. 


결국 서면결의서의 진정성립을 담보할 수 있는 통제 조치는 조합 스스로 강구할 수밖에 없다. 서면결의서 위조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까. 서면결의 제도 자체를 폐지해 위조의 싹을 없애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서면결의 없이는 의사정족수 조차 채우기 힘든 실무를 고려하면 이는 무의미한 공상일 뿐이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조합설립동의서와 마찬가지로 서면결의서에 반드시 본인의 자필 서명과 무인을 날인하도록, 즉 서면결의서 대리작성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서면결의서 위조를 작성명의인의 세 치 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작금의 불합리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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