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지난해 신탁업계는 정비사업 부문에서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국 정비사업 현장에서 37곳을 수주해 약 2,360억원대의 수주고를 채웠다.

지난 2016년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도입된 이후 신탁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과 풍부한 자금력 등을 내세운 전략이 성공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탁사가 정비구역 지정을 입안하고, 사업시행자 지정과 사업계획 수립 등을 통합해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수주 예상 물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와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로 신탁방식에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책임준공형 사업으로 인한 손실 등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고, 정부가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을 발표하면서 상대적으로 신탁방식의 장점이 희석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지, 자금 위기로 인해 침체로 돌아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문 열린 신탁방식, 정비구역 입안·시행자 지정 한꺼번에…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진출

올해부터 신탁사의 정비구역 지정 입안과 절차 통합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기존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장점에 ‘사업기간 단축’이라는 무기가 주어진 것이다.

지난 1월 19일 개정·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특례가 포함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탁사도 전체 토지등소유자 2/3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 제안이 가능하다. 정비사업 명칭과 사업개요 등이 담긴 동의서를 징구해 제안서를 제출하면 정비구역을 지정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특히 정비구역 지정 동의서를 제출한 토지등소유자는 자동으로 해당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내용에 동의하는 것으로 처리된다. 현행법상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 받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 2/3 이상의 동의와 토지면적 1/2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구역 지정 동의서를 확보하고 토지면적 1/2 이상의 동의를 충족하면 시행자 지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동시에 수립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사업기간 단축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는 정비계획 수립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거쳐 건축심의, 사업시행계획인가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탁사가 정비구역 지정 입안을 하는 경우에는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이 합친 ‘정비사업계획’만으로 사업이 가능해진다.

노후계획도시정비법 시행으로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물량이 대거 공급된다는 점도 성장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다. 오는 4월 27일 법률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미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노후계획도시정비를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성남 분당 등이 5월부터 선도지구를 지정한다는 계획인 만큼 올해 안으로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미 신탁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1기 신도시의 주요 단지들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신탁사들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수주를 위한 사전 절차에 착수했다. 전국적으로 108곳에 달하는 노후계획도시가 정비대상인 만큼 지속적으로 수주 물량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책임준공형 손해로 자금 위기설 ‘솔솔’…

정비사업 패스트트랙도 본격화

최근 신탁사의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위기설’이 돌고 있다는 점에서 침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4분기에 대부분의 신탁사들은 부동산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한해를 놓고 봐도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수주액은 증가했지만, 전체적인 실적은 감소한 곳들이 많다.

특히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 차입형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한 것이 위험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금리와 분양경기 악화가 지속됨에 따라 재무 위험도가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탁사들의 신용등급이 하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탁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됐다. 또 한국자산신탁과 교보자산신탁 등도 지난해 실적이 떨어지면서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1·10 대책의 일환인 재건축 패스트트랙도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아파트 준공 후 30년이 지나면 안전진단 없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다. 조합을 설립하는 절차를 진행하면서 정비구역 지정 업무를 동시에 이행해 사업기간을 줄이고, 안전진단도 사업시행인가 이전까지 이행하면 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최대 3년 사업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탁방식은 추진위·조합설립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구역 지정과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패스트트랙과 비교하면 사실상 메리트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신탁방식의 정비구역 지정 특례는 서울시와 광역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양호한 지역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