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도시정비법’)에 따라 조합원은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제45조 제5항), 이는 조합장을 포함한 임원을 선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또한 실무상 총회를 개최하는 경우 업무의 효율과 통일성을 위하여(조합원 수가 많은 조합에서 총회 무산을 방지하고 원활한 총회 진행을 위하여) 이른바 OS요원이라는 홍보요원을 동원하여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총히 안건 중에서도 ‘임원 선출(선거)’안건의 경우에도 홍보요원을 통한 서면결의서의 징구가 가능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임원의 선출에 관한 방법은 정관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도시정비법 제41조 제5항), 정관에서는 ‘선거관리규정’이라는 별도의 규정을 두어 임원의 선거에 관한 내용을 상세히 규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시의 경우 ‘표준 선거관리규정’을 제작하여 일선 현장에서 이를 참조하도록 하고 있다. 표준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선거방법은 선거일 이전에 따로 치르는 사전투표와, 조합원이 직접 발송하는 우편(서면)투표, 전자투표의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조합원이 직접 발송하는 우편(서면)투표 방식은 서면결의서를 통한 투표를 의미하는데 ‘조합원이 직접’ 우편발송한다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서면결의서와 같이 홍보요원이 조합원에게 방문하여 서면결의서를 접수받아(징구) 조합에 제출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다.

3. 판례의 태도=선거관리규정에서 투표방법을 ‘총회참석자는 직접투표, 총회불참자는 서면투표’로 규정한 다음, 서면투표 방법은 서면투표지(결의서)의 “우송” 또는 “직접방문제출”로 규정하고 있는데 ‘감사 선출 안건’에 관하여 홍보요원이 전달받아 접수한 서면결의서가 문제된 사안에서 2심 법원은 ⌜“우송”은 피고(=조합)가 조합원에게 보낸 우표가 첨부된 봉투에 서면결의서를 넣어 우체국을 통하여 보내라는 의미이고, “직접방문제출”은 조합원이 피고를 “직접 방문”하여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라는 의미이다. 이는 피고의 집행부에 의하여 고용된 홍보요원이 특정후보자 지지를 호소하고 서면결의를 유도하는 등 서면결의제도를 악용하여 홍보요원을 통한 부정선거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에 서면투표는 우편투표, 직접방문제출만 인정하고 홍보요원 등 제3자를 통한 투표용지 제출을 금지한다는 취지이다. 서면결의서 제출은 총회의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에는 ‘조합원이 서면결의서를 홍보요원에게 전달하여 홍보요원이 피고에게 접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즉, 피고가 홍보요원으로 하여금 조합원을 방문하게 하여 홍보요원이 조합원으로부터 서면결의서를 건네받아 피고에게 접수하는 것은 ①선거관리규정의 “우송” 또는 “직접방문제출”에 해당하지 아니하고,②홍보요원이 조합원으로부터 서면결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그 역할이나 활동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홍보요원이 조합원을 직접 대면함으로써 조합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상당하며,③홍보요원이 피고에게 접수한 서면결의서는 조합원이 피고에게 우송하여 제출하거나 피고를 직접 방문하여 제출한 서면결의서가 담보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아니하였으므로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부산고등법원 2019. 4. 18. 선고 2018나52825 판결)고 판시하여 해당 서면결의서를 모두 무효로 하여 의사정족수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최근 대법원은 위 판결에 법리오해가 없다며 상고기각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19다230615 판결). 위와 같이 선거관리규정에 ‘우편발송’ 내지 ‘직접방문 제출’만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대다수의 판시는 홍보요원을 통한 제출방식은 위법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서울고법, 부산동부지원 등 다수 판례).

반면에 선거관리규정에 구체적인 방식이 별도로 없거나, 위와 동일한 내용의 경우에도 선거관리규정을 위배한 것을 넘어 제3자인 홍보요원이 조합원들의 투표 의사에 개입하여 선거의 공정을 침해하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홍보요원을 통해 선임안건의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하급심 판시도 일부 존재한다(수원고법, 서울중앙지법 등).

4. 검토=서울뿐만 아니라 실무상 많은 조합들이 서울시 표준 선거관리규정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두고 있는데, 그 내용에 따라 서면결의에 기한 ‘임원 선거 안건’의 경우 우편발송이나 직접제출 방식만을 규정하고 있다면 이제는 홍보요원의 개입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선거관리규정에 위배되어 해당 서면결의는 무효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임원 선임의 하자가 있는지 여부는 그 잘못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출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참작하여야 한다는 것도 대법원의 입장이긴 하지만, 이렇듯 홍보용원을 통한 선거안건의 접수는 명문의 선거관리규정을 위배하는 것은 명확하고 이는 곧 자유로운 투표의 방해 내지 선출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강하게 추정할 수 있다고 못볼바 아니다.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조합임원은 조합을 대표하면서 막대한 사업자금을 운영하는 등 각종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아도 그렇다, 위 대법원 판시가 판단 근거의 법리를 명확하게 적시해주지 않은 채 항소심의 판단이 옳다고만 판시한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쟁점이 해소되어 그 의의가 있다고 보이며 일선 현장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참조하여 임원 선거에 있어서는 홍보요원을 통한 서면결의(투표)는 고려하지 않는 것이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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