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최근 공사 원자재가격 상승과 안전규제 강화 등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비례율이 50~60%대에 불과한 사업장까지 등장하면서 정비사업이 동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침체로 분양수입은 그대로인 반면 공사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패스트트랙, 공사비 갈등 조정 등을 통해 정비사업 지원에 나섰지만, 정비사업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조합과 시공자 간의 갈등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 조합원 분담금이 제고되지 않으면 정비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절차를 통합해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사업성 확보’라는 전제가 확보되지 않은 탓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주택시장 여건을 감안해 기부채납과 부담금 등을 감면하는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공사비 급증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채워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규모 출구전략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조합 기부채납 많은데 국·공유지 무상양도는 ‘찔끔’…

용적률 등 인센티브 받아도 사업성 떨어져

정비사업 업계에서는 조합의 수익성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기부채납을 꼽고 있다. 

정비사업을 추진할 경우 임대주택과 도로, 공원 등 다양한 정비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시설을 건설해 공급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부채납에 따라 용적률이나 층수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합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가 정비사업 69곳을 조사한 결과 평균 기부채납 비율이 부지면적의 18.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건설사업도 37개 현장의 평균 기부채납 비율도 14.7%로 높은 수준이지만, 정비사업은 이보다 3.7% 가량 더 많이 제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주택사업 관련 기반시설 기부채납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기부채납 비율을 8~9% 수준으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지자체가 사업과 무관한 기반시설을 요구하는 등의 폐해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작 정비사업과 관련한 운영기준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사업 기부채납 운영기준은 주택법에 근거한 기준으로 정비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도시정비법에 기부채납 관련 운영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비사업과 관련한 별도의 운영기준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기부채납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국·공유지의 무상양도 대상도 한정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현행법에는 정비사업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지자체의 기반시설은 무상으로 양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령에서 정한 기반시설로 한정되고, 도시계획시설로 등록돼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최근 지자체가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토지가 무상양도 대상이 아니라는 고법 판결이 나온 바 있다. 공영주차장은 기반시설에 해당하지만, 도시계획시설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무상양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이 주차장으로 등록하면서 도시계획시설로는 결정하지 않아 조합이 손해를 본 셈이다. 

문제는 다른 정비구역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재개발구역 내에는 공영주차장으로 사용되는 토지가 다수 있지만, 상당수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부채납에 따른 무상양도 대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합의 기부채납 비용과 비례해 국·공유지를 기반시설 유무와 관계없이 무상양도 대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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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용지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에 세금 부과도 심각…

정부·지자체만 돈 버는 구조

정비기반시설 기부채납에 더해 각종 부담금과 세금도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현재 정비사업에 적용되는 부담금은 △학교용지부담금 △상하수도원인자 부담금 △재건축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광역교통시설부담금 △개발부담금 △과밀부담금 등 10여개에 달한다. 일부 부담금의 경우 감면 혜택이 적용되긴 하지만 조합이 납부하기에는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부담금별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지자체마다 각기 다른 부담금을 산출한다는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학교용지부담금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은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학교용지를 확보하거나, 기존 학교의 증축을 위해 개발사업에 부과하는 비용이다.

법령상 부담금은 기존 세대수를 제외한 신축되는 세대수에만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자체에서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다보니 각종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상하수도원인자 부담금도 마찬가지다. 하수도원인자 부담금은 기존 대비 증가한 세대수의 하수총량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정비사업으로 건설된 아파트의 하수총량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 막바지 단계에서 각종 부담금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금 부과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비사업은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원래 소유하고 있던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조합원에게 신규 아파트에 대한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또 조합의 법인세를 비롯해 양도세와 보유세, 등록세 등 각종 세금까지 납부해야 하는 만큼 조합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엄정진 사무국장은 “주택시장 변화와 공사비 증가, 제도 변경 등으로 정비사업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 불리지 않는다”며 “사업성의 기준이 되는 비례율 100%인 구역을 찾기 힘들 정도로 조합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추진하는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여전히 과도한 기부채납이나 각종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킬 의지가 있다면 조합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기부채납과 세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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