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정부는 지난 1월 10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도심 내 주택공급의 핵심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지난해 주택공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이 위축되어 장기적으로 건설사업과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파격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을 병행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재건축 패스트트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비구역이 확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진위원회가 난립하거나,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건축·재개발 절차 통합하고,

규제 완화해 사업기간 최대 3년 단축

재건축 패스트트랙의 핵심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착수하고, 절차를 통합함으로써 사업기간을 대폭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조합설립까지의 사업기간을 최대 3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준공 30년을 도과한 노후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정비구역 입안이 가능하지만,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에 안전진단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기까지의 절차도 통합된다. 현행법상으로는 정비구역이 지정되면 추진위를 구성해 조합설립인가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먼저 추진위를 구성한 후 정비구역 지정 입안과 조합설립인가 업무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한다. 

재개발은 사업추진을 위한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과거에는 이른바 ‘달동네’로 불리는 낙후지역이 많아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는 구역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신축빌라 등이 들어서면서 노후주택과 신축주택이 혼재된 경우가 많아 재개발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개발 노후도 요건을 현행 2/3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노후도가 일정 비율 이상인 지역은 접도율이나 밀도 등 다른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사업추진이 가능토록 개선한다. 또 정비구역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유휴지나 자투리 부지 등을 20%까지 포함해 한 번에 정비하는 것은 물론 사업성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도시계획 벗어난 난개발 우려…

추진위 난립 등 과거 문제 다시 발생할 수도

재건축 패스트트랙에 대한 장점은 공감하지만, 난개발과 주민갈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먼저 사전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재건축을 시행해 자칫 난개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선(先)계획, 후(後)개발을 원칙으로 정비사업 절차를 구성하고 있다. 실제로 현행법상 추진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정비기본방침과 정비기본계획, 정비계획 등 다수의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하지만 재건축 패스트트랙의 경우 정비계획 절차가 뒤로 미뤄지면서 광역적인 도시계획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정비사업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추진위 난립으로 인한 주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준공 30년이 경과한 단지는 정비계획을 수립하지 않고도 추진위 설립이 가능해 다수의 가칭 추진위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과거 도시재개발법과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른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던 당시 가칭 조합이 난립하면서 동의서를 팔아넘기는 행위가 횡행했다. 다수의 가칭 단체가 각자 일정 비율의 동의를 받아 조합설립동의율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시정비법에는 가칭 단체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정비계획·정비구역 확정 이후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받은 추진위만 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시행되면 무분별한 동의서 징구로 도시정비법 이전에 발생했던 문제들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합 단계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재건축 불가 판정이 내려질 경우 기투입된 비용 문제는 물론 협력업체나 시공자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재건축을 중단하거나, 장기간 보류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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