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원 탄원서
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원 탄원서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구역의 조합원들이 구청을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설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미 시공자 입찰이 2회 유찰됨에 따라 수의계약 절차에 착수했지만, 구청이 공공지원 검토 이행을 이유로 사실상 중단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인가 후 1년이 넘도록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하면서 분담금 증가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동작구청의 정비사업 관련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직권남용 감사촉구 조합원 탄원서’ 징구 절차에 착수했다. 조합원에 따르면 해당 탄원서는 약 300여장 제출되어 서울시와 국민권익위에 접수할 예정이다.

탄원서에 따르면 노량진1구역은 구청의 직권남용으로 인해 시공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소유자들은 구청이 3일이면 끝나는 ‘공공지원 검토’를 54일에 걸쳐 진행하고, 5개월 이상 협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구청과 협의하지 않을 경우 사업진행이 어렵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직무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더불어 현재 시공자 입찰이 2차례 유찰되어 수의계약이 가능함에도 구청에서는 시공자 재선정을 위한 공사비 재산정 등의 공문을 발송해 선정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로 인해 지난 2023년 3월 7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약 1년간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해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조합은 지난 7일 ‘시공자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대의원회 개최 공고를 냈다. 법률 검토를 통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 시공자 선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의원회 개최 불과 3일전인 지난 12일 구청이 ‘공공지원 절차 이행 행정지도’ 공문을 조합에 보냈다. 구청은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라 공공지원자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기존 강경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동작구청이 조합에 보낸 공문
동작구청이 조합에 보낸 공문

해당 공문에는 대의원회의 소집 통지 전 공공지원자의 검토 절차를 이행하고, 시공자 선정 관련 자료 제출 등을 이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번 공문은 단순한 구청의 안내 공문이 아닌 ‘행정지도’가 포함되어 직권남용 논란이 일었다. 공공지원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조합에게 처분의 취소·변경·정비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합은 이미 시공자 선정과 관련한 공공지원자의 검토 절차를 이행했다는 점이다. 구청은 지난해 8월 조합의 시공자 선정 계획과 관련한 검토를 마치고, 시공자 선정 절차를 이행하라는 공문을 회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과 반년 만에 검토절차를 재이행하라고 요구하면서 고의적으로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량진1구역의 한 조합원은 “이미 구청이 검토를 완료한 사안을 다시 검토 받으라는 대응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사업지연으로 인한 조합원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구청의 대응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선 현장에서 시공자 입찰이 2회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 절차를 이행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순이다. 현행법은 물론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도 2회 유찰 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도시정비법 시행 이후 지자체가 조합의 수의계약 권리를 막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도시정비법에 행정청의 감독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더라도 법적 절차나 기준을 위반하지 않은 사항까지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미 구청이 시공자 선정계획에 대한 검토를 마친 상황에서 수의계약 재검토를 요구할 권한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노량진1구역의 시공자 선정 절차가 지연됨에 따라 시도 공공지원자로서의 역할을 적정히 수행하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시는 “행정지도는 행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 범위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부당하게 강요하거나,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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