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주택법에 따라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민법상 조합이 아니라 비법인사단에 해당한다(대법원 1996.10.25. 선고 95다56866 판결 등 참조).

이번 화에서는 주택조합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부담하게 된 채무를 조합의 재산으로 변제할 수 없게 된 경우 조합원이 곧바로 조합에 대해 지분 비율에 따른 분담금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원고들은 A 조합과의 사이에 진행된 선행 확정판결에 따라 합계 5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이다. A 조합의 조합규약 제53조는 조합의 청산 종결 후 조합의 채무가 있을 때에는 조합원들이 각자 지분에 비례하여 분담하도록 정하고 있었는데, 원고들은 A 조합의 조합원 196명을 상대로 원고들이 A 조합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조합을 대위하여 A 조합이 조합원들에 대하여 가지는 정산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조합원들의 조합에 대한 구체적인 분담금 납부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이 조합원총회 등에서 조합의 자산과 부채를 정산하여 조합원들이 납부하여야 할 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조합원에게 분담시키는 결의를 하였을 때 비로소 확정적으로 발생하는데, A 조합이 위와 같은 정산 절차를 거쳐 분담금에 관한 결의를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A 조합의 조합원들에 대한 분담금채권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아직 A 조합의 청산 절차가 종결되지 않아 분담금채권의 변제기도 도래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2.2.16. 선고 2010가합6845 판결).

이후 수년이 지나 A 조합의 청산 절차가 마무리되자 원고들은 다시 A 조합의 조합원인 피고들을 상대로 조합을 대위하여 정산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법원의 판단

가. 제1심의 판단(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6.1.28. 선고 2015가합101967 판결)=주택조합의 사업시행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한 분양가에 신축 주택을 분양받는 이익을 얻게 되고, 사업 종료 후 조합에 잔여재산이 있다면 규약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를 조합원들이 분배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조합이 그 목적을 달성하여 청산 단계에 있고 규약에서 조합의 잔여채무를 조합원들이 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조합원들은 조합의 구성원으로서 잔여채무를 정산·확인하고 구체적인 분담기준과 금액을 확정하여 분담결의를 하는 등 조합채무의 분담에 필요한 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사업이 모두 종료하여 청산 단계에 있는 조합과 조합원들이 조합채무의 분담을 위한 총회 결의 등의 절차를 고의적으로 해태하여 더 이상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채무 분담을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까지 조합원의 절차적인 권리 보장을 위해 총회 결의가 없다는 이유로 조합의 채권자가 분담금채권을 대위 행사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조합원들이 그 권리를 남용하여 종국적으로 부담해야 할 조합의 채무를 사실상 면탈하는 결과를 허용하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총회 결의가 없어도 조합의 채권자들이 총회 결의가 있을 경우 결정될 것으로 예측되는 합리적인 금액으로 조합원별 분담금을 산정하여 조합의 분담금채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항소심의 판단(서울고등법원 2016.12.9. 선고 2016나2014117 판결)=비법인사단인 A 조합의 채무를 그 구성원인 조합원들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는 정관 기타 규약에 따라 조합 총회 등에서 조합의 자산과 부채를 정산하여 조합원들이 납부하여야 할 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조합원에게 분담시키는 결의를 한 때에 비로소 확정되는 것으로, 이와 같은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정산금채무는 아직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8.10.27. 선고 98다18414 판결 참조).

원고들은 A 조합의 피고들에 대한 채권이 조합규약 제53조의 잔존채무 분담규정에 의하여 이미 성립되어 있었고 A 조합이 조합채무의 분담에 관한 총회 결의를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는 상황에서까지 총회 결의를 요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A 조합의 규약 제22조가 사업비의 조합원별 분담내역을 조합 총회의 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규약 제53조의 내용은 ‘청산종결 시를 기준으로 조합의 자산과 부채를 정산하여 조합 채무가 잔존하게 되는 경우 조합원들이 공급받은 주택의 면적, 위치(동·호수), 이용 상황, 환경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합 채무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결의에 따라 그 분담 여부 및 비율을 결정하도록 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바, 조합원들의 청산 결의라는 단체법적 의사표시 없이 곧바로 채무분담규정에 기하여 조합원들의 정산채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상고심의 판단 (대법원 2021.12.30. 선고 2017다203299 판결)=비법인사단에 해당하는 주택조합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부담하게 된 채무를 조합의 재산으로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채무는 조합에 귀속되고, 정관 기타 규약에 따라 조합원총회 등에서 조합의 자산과 부채를 정산하여 그 채무초과분을 조합원들에게 분담시키는 결의를 하지 않는 한, 조합원이 곧바로 조합에 대하여 그 지분 비율에 따른 분담금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A 조합의 채무를 그 조합원들에게 분담시키는 총회 결의가 없음을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항소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4. 검토=위 사건에서 상당히 많은 주장들이 다루어졌으나, 총회 결의 없이도 조합규약에 의거하여 곧바로 조합원 개개인에게 정산금채무를 부과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공방 대상에 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제2항은 사업비의 조합원별 분담 명세와 조합해산의 결의 및 해산 시 회계보고에 관하여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A 조합의 규약 역시 조합의 해산 및 사업비의 조합원별 분담내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조합원들로 하여금 총회 의결을 통하여 조합의 해산 여부를 결정하고, 조합의 자산과 부채를 정산하여 분담금의 발생근거와 범위를 확인하도록 하며, 구체적인 분담기준과 내역은 조합원들의 합리적인 토론과 의결을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조합원들의 권리를 충실하게 보장함에 있다.

따라서 조합규약이 조합의 청산종결 이후 잔존 채무에 관하여는 조합원들이 공평하게 분배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더라도, 그로 인하여 개별 조합원들이 어떤 기준과 방식에 따라 얼마의 분담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담하는 것인지를 확정할 수 없다면 추상적인 규범의 존재 사실만으로 개별 조합원들의 정산의무가 곧바로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

위 사안에서 원고들의 사정이 안타까운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수백 명에 달하는 조합원 개개인이 어떠한 의사 관여도 없이 조합의 채무를 전적으로 떠맡아야 한다는 결론은 또 다른 억울함을 양산할 공산이 크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라면 별도 총회 결의가 없는 이상 조합 채권자들이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채무의 이행을 직접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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