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총회에 참석해보면 알록달록한 화환들이 끝없이 자리하고, 깨끗한 차림을 한 사람들이 양쪽에 도열하여 “기호 0번 조합원님들을 최고로 모시겠습니다”라는 구호 소리가 들린다. 마치 불과 몇 년 안에 우리 아파트 단지가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져서 새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확신을 주고 있다. 

그리고 참여한 시공사마다 제출한 두꺼운 사업제안서에는 표지부터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중간에 저녁 야경을 보면서 스카이라운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이미지까지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는 영화를 보는 듯 착각을 준다.

오늘 뉴스에 부산 재개발 사업장에서 시공사가 3년 만에 공사비 72% 이상 인상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최근 정말 여러 곳의 현장에서 공사비와 관련된 뉴스가 계속 나오며 단계별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현장에 많은 걱정거리로 이야기되다가 결국에 사업추진에 가장 불확실한 리스크로 평가되고 있다.

마치 곧 새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상기된 모습이었던 조합원들의 얼굴에는 시공사를 바꿔야 하나라는 근심의 주름이 겹쳐 보이고 조합장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다.

2년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세계 경제에 결국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곡물을 생산하는 나라 중의 하나인 우크라이나에서 원활한 곡물 생산과 운송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따라 결과적으로 원자잿값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결국은 금리인상이 되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공사비 폭등은 생각했던 금액보다 더 크다.

시공사 측은 원자잿값 인상과·인건비 상승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건설공사비지수가 2배 가량 높다. 먼저 주요 원자잿값 상승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철근과 시멘트 가격을 살펴보면 철근은 코로나 여파로 2021년 상반기~2022년 상반기에 가장 상승 폭이 높았다가 2022년 하반기부터 수요가 급감하며 오히려 떨어지는 지표를 보여주었고 2024년에도 러-우 전쟁, 고금리 등으로 전년 대비 낮은 수준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시멘트의 경우는 철근 가격하락에 따른 안정화와 달리 2021년 이후 2024년 2월 현재 60% 이상 상승이 되었으나, 전기료 상승 및 환경 규제 등의 문제로 조금 더 상승이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원인 중에 하나라고 한 건설업 종사자 임금이 매년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벗어나서 특별하게 건설업종 종사자만 임금이 상승이 되었다는 결과는 찾아볼 수 없었고. 어떻게 보면 그것은 회사의 운영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보아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2022년부터 정부에서 건설업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을 검토하여 민간 부분의 자재 생산·유통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서 공사비 조정을 활성화하였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합동으로 주요 자재 수급 현황 및 유통시장 동향·가격 추이 등을 민간에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공개한다는 발표 등 그동안 여러 가지 공사비 상승에 대한 대책 발표가 되었고 지금도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발표되는 기준들이 모든 현장에 바로 적용이 가능한 사항인지,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다면 결국은 당사자 간 합의를 보든 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결국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는 조합이고 개인이다.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 주요 현장으로 나열되고 있는 대조1구역 재개발,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부산 괴정5구역 재개발, 인천 청천2구역 재개발 등 처음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열렬한 환호 속에 시공자로 선정되었던 영광된 그날의 약속들이 서로의 처지가 변함에도 불구하고 헤어짐 없이 입주하는 그 시간까지 아름다운 동행이 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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