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조합 채권자들로부터 언제까지 채무를 변제하고 이를 지체하면 강제집행을 당하더라도 이를 수인하겠다는 취지의 공정증서 작성을 요청받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특히 조합장(추진위원장)이나 업무대행사 등 관계자들이 관련 법령의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공정증서를 작성해주고 한참이 지나 새로운 집행부에 의해 발견되는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원인이 되는 채무는 각종 용역비나 대여금에서부터 보상금, 연대보증채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위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상당수 조합은 집행이 들어오고 난 다음에도 방법을 몰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번 화에서는 조합이 알지 못하던 공정증서에 기하여 채권자가 집행 절차를 개시하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당 법무법인이 수행한 실제 사례와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A 조합과 조합의 업무대행을 맡고 있던 B사는 사업비 조달을 위해 투자자 C로부터 7억원을 빌리면서 투자수익금 2억원을 더하여 3개월 뒤 상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B사와 C는 대여원리금의 회수를 확실히 담보하기 위하여 A 조합의 조합장에게 위 채무의 연대보증에 관한 공정증서의 작성을 요구하였다.

A 조합의 당시 조합장은 위 공정증서 작성으로 인하여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하여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독단적인 판단으로 조합 인감을 교부하였고, 그 결과 ‘A 조합이 이 사건 계약에 기한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하고 기한 내에 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즉시 강제집행을 당하더라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한다’는 내용의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가 작성되었다.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록 대여금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자 C는 이 사건 공정증서에 기하여 조합 사업부지에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등 본격적인 집행 절차에 돌입하였다. 그 사이 A 조합의 집행부는 전원 교체되었는데,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을 전후로 총회 또는 의사회 의결이 존재하지 않아 이러한 문서의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A 조합은 당 법무법인을 통해 C를 상대로 이 사건 공정증서에 따른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3. 법원의 판단 (대구지방법원 2023.12.14. 선고 2023가합201397 판결)

가. 관련 법리=주택법 제11조는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는 경우에 관할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지역주택조합의 설립 방법‧절차와 운영‧관리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그 위임을 받은 주택법 시행령 제20조는 ‘조합원 전원이 자필로 연명한 조합규약’을 지역주택조합의 설립인가신청시 필수 제출서류로 정하고 있고, ‘총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는 사항과 그 의결정족수 및 의결절차’를 위 조합규약에 필수적 기재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였다. 주택법 시행규칙(국토교통부령) 제7조제5항제3호는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의 하나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해당함에도 관련 법령과 이에 근거한 조합규약에서 정한 총회의 의결 없이 이루어진 법률행위의 상대방으로서는 그 절차적 요건의 흠결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밝히지 못하는 한 절차적 요건의 충족을 전제로 하는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22.8.25. 선고 2021다231734 판결, 대법원 2022.12.15. 선고 2022다27521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이 사건 계약은 A 조합과 B사가 공동으로 자금을 차용하기로 하는 내용이나 B사를 채무자로, A 조합을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공정증서가 함께 작성된 사실에 비추어, 이 사건 계약의 실질적 내용은 이 사건 공정증서와 마찬가지로 B사가 C에 대해 대여금 채무를 부담하고, A 조합은 이를 연대보증하기로 정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계약에 따른 A 조합의 채무는 B사의 대여금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채무인데, 위 채무가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제5항제3호 내지 A 조합의 규약 제23조제1항제3호에서 정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에 해당하거나 A 조합이 정한 1회계연도의 수입‧지출계획에 미리 편성되어 자금의 지출이 예상된 사항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

나아가 C가 이 사건 계약 당시 A 조합의 총회 의결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확인하였다거나 그 의결을 요청하였다는 등의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 바, C가 이 사건 계약 체결에 관하여 조합 총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사실 및 그 흠결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거나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계약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해당함에도 A 조합의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체결되어 무효에 해당하고, 결국 이 사건 공정증서 역시 존재하지 않는 채권‧채무를 기초로 작성된 것이므로, 이 사건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허용될 수 없다.

4. 검토=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에 따라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 등의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법령상 제한 하에서만 설립인가 및 운영이 가능한 바, 지역주택조합과 사이에 그 조합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제3자는 사전에 총회 의결의 존부를 확인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관련 법령의 해석상 예정된 것이자 당연히 기대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직접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소수 임원의 전횡을 사전에 방지하고 이를 통해 지역주택조합과 그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의 입법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다(대법원 2022.8.31. 선고 2019다228612 판결 등 참조).

사안에서 A 조합은 전 조합장이 임의로 작성한 공정증서로 인하여 사업부지가 경매로 처분될 위기에 놓이는 등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 그러나 총회의 의결이라는 단체 고유의 의사결정구조를 배제한 대표자 개인의 독단적인 업무 처리는 결코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당 법무법인은 소송 과정에서 이를 잘 논증하여 해당 공정증서를 무효화시킬 수 있었다.

만일 조합원들이 그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인준하지도 않은 공정증서의 존재로 인하여 사업 수행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경우 해당 공정증서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한편 집행 절차의 중단을 구하는 강제집행정지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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