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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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조합임원은 도시정비법의 처벌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조합의 임원이나 정관 등은 도시정비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 규정을 준용한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는 만큼 소규모주택정비법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는 지난달 25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소규모재건축사업조합의 조합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환송했다.

A조합장은 지난 2020년 11월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B씨에게 400만원을 차입한 것을 비롯해 약 8회에 걸쳐 약 3,900여만원을 차입했다. 이에 원심인 광주지법에서는 도시정비법을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해당 조합은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만큼 도시정비법이 아닌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소규모주택정비법에는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차입한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만큼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에는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방법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조합임원이 총회의 의결사항에 관한 사업을 임의로 추진했다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소규모주택정비법의 경우 조합의 법인격과 정관, 임원 등에 대해서는 도시정비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 규정에 대해서는 준용 규정이 없다. 대신 법 제23조제8항에 따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임원에 대해서는 처벌하도록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자금의 차입 등이 총회의 의결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 제23조제8항에는 조합에는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총회를 두고 총회의 소집 절차·시기 등을 정관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소규모주택정비법이 아닌 도시정비법을 준용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된 판결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령 규정의 체계에 비춰 도시정비법이 아닌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설립인가를 받은 소규모재건축조합의 조합임원은 도시정비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소규모재건축조합의 조합임원인 피고인에 대해 도시정비법을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판결에는 소규모주택정비법과 도시정비법의 관계, 도시정비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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