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여러 조합에서 진행되는 총회들을 보면 선거안건과 일반안건을 분리하여 별도의 종이에 서면결의서를 제작하고, 회송용 봉투도 별도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관내의 조합과 같이 서울시 표준 선거관리규정을 따르는 경우 우편투표를 선거인이 직접 우송하도록 규정하여 홍보요원을 활용하는데 상당한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일반안건과 선거안건의 서면결의서를 분리하여 운영한다. 

선거관리규정에 우편투표와 관련하여 별다른 제약이 없는 조합의 경우에도 선거안건에 관한 우편투표를 기명으로 진행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껴 일반안건과 분리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와 같이 선거안건과 일반안건의 서면결의서를 따로 제작할 경우 선거안건의 의사정족수와 일반안건의 의사정족수 충족 여부를 별도로 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일찍이 대법원은 조합 임원 선출결의와 나머지 안건에 관한 결의는 그 결의방식을 달리하는 별개의 결의여서 조합원들이 일반안건에 관한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임원 선출 투표에는 참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으며, 하급심 법원에서도 선임안건 결의와 일반안건 결의는 별개의 결의이므로 개의정족수를 별도로 산정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조합에서, 심지어 정비업체나 조합을 대행하는 신탁사에서조차 의사정족수 충족 여부를 따로 산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총회에서는, 사회자가 기술적으로 총회에 상정될 모든 안건들을 일괄하여 개의정족수 충족 여부를 판단한 후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에 부치는 형식을 취해왔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총회에 상정될 개별 안건마다 의사정족수의 충족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엄격한 원칙주의자의 시선에서 본다면 각 안건별로 의사정족수 충족 여부를 따로 산정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안건별로 의사정족수를 따로 산정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면 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선거/일반안건의 서면결의서와 회송용 봉투를 따로 마련하여 진행하는 총회의 경우에도 1개의 안건마다 의사정족수를 따로 산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선거안건 전체’와 ‘일반안건 전체’에 대해서는 별도로 의사정족수를 산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간단한 예시를 들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총회에 상정할 안건이 3개이고, 조합이 서면결의서를 만들면서 각 안건마다 별도의 종이(1면은 1호, 2면은 2호, 3면은 3호 안건을 각 인쇄)에 인쇄하여 조합원들에게 배포했다고 가정해보자. 

서면결의서를 받아든 조합원 A는 1호 안건이 총회에 상정되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1호 안건에 관한 서면결의서를 휴지통에 버렸고, 나머지 2장(2, 3호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기표한 후 회송용 봉투에 담아 조합에 발송하였다. 이런 경우 조합원 A는 1호 안건에는 출석조차 하지 않은 것이 되고 2, 3호 안건에만 출석한 것으로 집계해야 한다.

만약 총회 당일에 현장 참석자를 포함하여 1호 안건에 출석한 조합원 수가 재적과반수에 미치지 못한다면 2, 3호 안건은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였으나 1호 안건만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총회에서는 각 안건마다 별도의 서면결의서를 마련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어렵겠지만 실제로 각 안건마다 1장의 서면결의서가 배포될 경우 기술적으로 각 안건마다 조합원의 출석 여부를 묻는 장치가 마련된 셈이기 때문에 안건별로 의사정족수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선거안건과 일반안건의 서면결의서 및 회송용 봉투를 별도로 제작하여 총회를 진행한다면, 의사정족수 충족 여부도 별도로 판단해야 함을 잊지 말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