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과거에 머물렀고, 포스코이앤씨는 진심을 더했다.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양사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는 포스코이앤씨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촉진2-1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27일 시공자 선정을 골자로 총회를 열었다. 이날 포스코이앤씨가 삼성물산을 꺾고 시공자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삼성물산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기에 수주전 결과를 두고 놀랍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래미안’ 브랜드가 지역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부동산시장 호황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시세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2014년부터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것도 경쟁사가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권을 확보하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마주했던 것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원 이익을 중점으로 사업조건 등을 앞세워 필승을 다짐했다. 먼저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 적용을 통해 단지 고급화를 구상했다. 조합 필수 사업비 전액 무이자, 사업촉진비 세대당 4억원 등의 조건도 제안했다. 공사비 역시 삼성물산보다 285억원가량 낮았다.

삼성물산 역시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사비 상승 최소화, 공사기간 2개월 단축 등을 제시했다.

다만, 첫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으로 조합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도 했다는 평가다. 입찰서류를 누락하면서 입찰자격 박탈 논란의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공사비 명세서와 물량산출 근거, 시공방법, 자재사용서 등 필수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동안 정비사업에서 자취를 감췄다 모습을 드러낸 삼성물산이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치열한 경쟁에 임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촉진2-1구역 수주전 결과에 따라 래미안 이미지가 입을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동안 래미안 브랜드 이미지가 주는 위압감은 상당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래미안 선호도에 대한 차이를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로 맞섰고, 사업조건에서도 경쟁사보다 낮은 공사비를 제안하는 등 진심을 담았다. 

이번 수주전 결과를 보면 브랜드 우위가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 판명됐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혼탁한 수주전이 아닌 사업조건에 중점을 둔 공정경쟁의 마음가짐으로 시공권 확보 경쟁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준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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