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12. 법률 제15676호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어 제132조의2를 신설했다.

‘건설업자의 관리·감독 의무’라는 제목으로 “건설업자는 시공자 선정과 관련하여 홍보 등을 위하여 계약한 용역업체의 임직원이 제132조를 위반하지 아니하도록 교육, 용역비 집행 점검, 용역업체 관리·감독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조문을 신설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즉, 위와 같이 필요한 조치를 소홀히 하여 용역업체의 임직원이 제132조를 위반한 경우 그 건설업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규정(제138조제2항)도 함께 신설하였습니다.

위 규정을 신설하기 전 시행 중이던 도시정비법에 의하더라도 조합임원의 선임, 시공자 선정 등과 관련하여 금품·향응 또는 그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등의 행위를 제한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임원의 비리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고, 건설사가 시공자 선정을 위해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정비사업의 투명성 확보 및 수주질서의 확립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문을 신설하였다는 것이 법 개정의 이유였습니다.

조합임원의 선임이나 시공자 선정 등과 관련하여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 누구라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규정이 이미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 소속의 OS요원들이 조합원들에게 금품 등을 살포하여 특정 건설업자가 시공자로 선정되도록 투표 매수행위를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물론 상대 건설업자와 서로 경쟁적으로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았으며 그러다 보니 제공한 금품이나 이익의 가액이 점점 더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시공비 상승으로 이어져 종국에는 조합원들의 손해로 귀속되게 되며, 선정되지 못한 건설업자 또한 손실로 인한 경영악화 등 점차 사회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한편 건설업자의 입장에서는 공사를 수주하는 것에 사활을 걸고 수주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금품을 제공하는 불법행위까지도 불사하고 선정되기만을 바라면서도 실상은 용역업체의 뒤에 숨어 처벌만큼은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것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되고자 하는 주체는 건설업자이고, 선정되는 경우 건설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이 기대되는 것이므로 용역업체의 OS요원이 조합원들에게 특정 건설업자를 선정해달라고 부탁과 함께 제공하는 금품은 실제로는 건설업자의 계산으로 제공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건설업자의 관리·감독 의무와 함께 형사처벌 규정을 도입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필요한 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2018.10.13.부터 시행된 위 조문에 따라 실제로 건설업자가 처벌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건설업자가 관리·감독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결과 용역업체 임직원이 금품 등을 제공하였다’는 범죄의 구성요건, 즉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과실의 유무와 과실과 금품 제공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은 탓도 있었을 것이며, 건설업자와 용역업체 사이의 용역계약이나 경제적 우열 또는 지배관계 등을 고려할 때 용역업체가 건설업자의 묵인이나 용인 또는 나아가 지시나 종용이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진술하지 않고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숨기는 태도, ‘꼬리자르기 진술’ 태도에도 기인할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서울중앙지법은 2024.1.23. 지난해 국내 정비사업 수주실적 1위를 차지한 모 건설업체와 그 임직원에게 위 처벌조항을 적용하여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는 등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건설사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해 홍보할 경우 조합원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시장질서가 흐트러져 사회적으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고 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시공사가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리를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2018년 이 조문이 신설된 이후 이 법조문을 적용하여 건설업자를 처벌한 사례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해당 조문으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며, 건설업자인 법인에게 법정 최고형에 해당하는 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점과 건설사의 임직원들까지도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의 정비사업 현장이 무려 5,000세대가 넘고 공사비만 3조원이 넘는 사업장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건설업자나 그 임직원들에게 5,000만원 또는 그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함으로써 과연 금품 제공 방지와 수주질서 확립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필자의 소견을 밝히자면 건설업자의 관리·감독 의무와 함께 처벌규정을 마련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은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만한 형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벌금액수를 정함에 있어 특정액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공사비 즉 수주액에 비례하여 벌금형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만약 법을 위반하여 시공자로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추후 법 위반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시공을 하더라도 기대했던 수익이 박탈될 수 있고, 나아가 손해와 고통을 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벌금형을 정하는 것이 입법목적에 부합하고 불법에 비례하는 형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비사업의 수주자격을 제한하는 등 형벌 이외의 규제와 불이익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벌금형을 넘어 징역형 등의 수단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 본 죄의 본질이 과실범이고, 건설업자의 임직원이 아닌 건설업자 즉 법인 자체에 대한 형벌은 어차피 벌금형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임직원 외에 법인 자체에 대한 처벌이 실효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만약 건설업자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여 용역업체가 금품을 살포한 것을 넘어 건설업자가 용역업체에 금품 제공을 지시하거나 종용하거나 혹은 용인한 경우라고 한다면 이 경우 건설업자가 직접 도시정비법 제132조를 위반하여 제135조제2호에 따라 용역업체 및 그 임직원들과 함께 공범 내지는 교사나 방조범, 즉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으로 직접 처벌할 수 있고, 이 경우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본 죄에 있어 징역형은 불필요해 보입니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아직도 시공자 선정과 관련한 금품수수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OS요원들을 처벌하는 외에 건설업자까지 처벌하는 것이 법 개정 이후에도 용이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위 판결은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혼탁한 수주현장의 질서를 확립하는데 다소 기여할 수 있는 선도적 판결이라고 생각되며, 다만 건설업자가 과실범이 아닌 용역업체와 공모하였을 가능성에 대하여도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졌었는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법 개정을 통해 벌금형을 수주액에 연동하게 하는 벌금형 방식의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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