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도시정비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득한 조합은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건축물의 설계가 확정되면 건축물과 대지의 처분을 위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고 그 내용에 따라 신축 건축물과 대지를 분양신청절차를 거친 토지등소유자(조합원)에게 우선 분양하고, 잔여분을 조합원 이외의 자에게 주택법령의 규정에 따라 일반분양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때 일반분양을 위한 입주자모집승인 단계에서 ‘재건축사업’의 경우 분양대상 토지등소유자의 신탁등기가 완료되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일부 관할관청별로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해 법리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도시정비법에서 입주자 모집 승인의 요건=조합원 이외의 자에 대한 분양(일반분양)에 관하여는 주택법 제54조 이하의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고(제79조 제4항, 제8항), 주택법 제54조의 위임을 받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에서는 ‘주택이 건설되는 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여야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15조 제1항 제1호), 이에 대한 특칙으로 도시정비법은 제79조 제8항 단서에서 동법 제64조의 매도청구 소송판결(조합설립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이 있으면 확정되기 전이라도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고 하면서 준공인가 신청 전까지 ‘해당 주택건설 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일반분양승인 요건을 완화하고 있을 뿐, 달리 조합원의 신탁등기가 완료되어야 한다거나 승소판결을 요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3. 재건축사업에서 분양대상 토지등소유자의 신탁등기=‘신탁’이란 위탁자가 특정 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고 수탁자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을 관리·처분하게 하면서 대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법률관계를 가리키는데, 도시정비법에서는 분양대상 토지등소유자(조합원)에게 사업시행자를 수탁자로 하는 신탁등기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관리처분계획을 득하면 그에 따라 처분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업시행자의 처분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들이 신탁등기를 설정하게 된 것은 주택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기 이전의 구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규율되던 재건축사업에서는 공익사업이 아닌 민간사업으로 규정하면서 ‘관리처분계획’이라는 공법적 처분을 따로 두지 않았으므로 신탁등기의 방법으로 조합원들의 토지등소유권을 확보하여야 사업시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부득이한 방편으로 사용되어 왔었다. 이후 도시정비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재건축사업은 재개발사업과 동일하게 정비사업의 한 축으로 포섭되어 관리처분계획이라는 공법적 처분권을 인정하였지만 완전한 공익사업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재건축조합에게는 수용권한이 없으며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라는 사법적 매매계약의 성립만이 가능함)과 등기 명의가 토지등소유자 개개인에게 잔존하고 있음으로 말미암아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등 재산상 피해를 방지하여 사업진행을 촉진하고 지적 정리의 편의를 제고하며 법인세를 절감하기 위한 점 등의 이유로 아직도 실무적으로는 조합원에게 신탁등기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고, 그 방법으로는 조합 정관에 신탁등기 이행의무를 규정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대법원 2010다71141 판결).

4. 검토=①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에 대한 신탁등기 이행의무는 명시적으로 규정된 바 없고 정관상 별도로 규정되었을 경우 법원에 의하여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것일 뿐 신탁등기 없이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 신탁등기 이행을 일반분양 승인의 요건으로 본다면 이러한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 반하는 점, ②조합원에 대한 분양절차는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처분(관리)되어야 하고 새로운 건축물을 공급하며 이전고시에 따라 공용환권의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서 단순한 기술적 수단에 불과한 신탁등기 미이행이라는 사실만으로 조합의 소유권이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 ③입주자 모집승인(일반분양)을 하는데 주택건설 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는 일반분양자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고 사업의 지연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할 것인데 조합원에 대한 분양절차, 재건축에서 신탁등기 이행이 갖는 의미를 종합하여 볼 때 관리처분계획 및 이전고시라는 공법적 처분에 따라 일반수분양자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이 있다면 조합원에 대한 신탁등기 여부는 이러한 취지와는 무관하거나 취지에 어긋날 우려가 없다는 점, ④도시정비법 제79조 제8항 단서는 명시적으로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에 대한 승소판결을 얻을 것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 별달리 조합원에 대한 신탁등기의 승소판결을 요구하고 있지 않고 있는데 이는 조합설립의 미동의자는 애초에 재건축사업에 참여하지 아니하여 관리처분계획과 공용환권의 효력이 미칠 수 없는 자들이라는 점에서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과는 명백히 구별된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 ⑤ ‘재개발조합’사업의 경우 강제가입제로 인하여 조합원은 모두 사업시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는 판례(대법원 2009다28394 판결)에 따라 신탁등기 미이행 토지에 관하여 조합이 소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고 있는데, ‘재건축조합’사업의 경우에도 조합설립에 동의하여 분양신청을 마친 자는 종전의 토지나 건물을 현물출자하고 새로운 건물을 분양받는 것은 재개발사업의 토지등소유자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므로 역시 사업시행자에 준하는 지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바, 동일한 결론이 도출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재개발사업과 비교하여 형평에 반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재건축조합이 입주자 모집 승인을 득하는데 있어서 ‘조합원에 대한 신탁등기’의 확정판결은 물론이고 승소판결도 필요치 않으며 미신탁 토지에 관하여 조합원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한 조합이 소유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조합은 ‘조합원에 대한 신탁 여부와 무관하게 입주자 모집 승인을 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면밀한 검토 없이 아직까지도 일부 행정청에서는 신탁등기가 완료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현행 도시정비법령의 해석상 근거가 없고 법리에도 반하는 요구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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