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소재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 조합장 A씨는 추진위원장이던 신분으로 설계업체 대표인 B씨로부터 정비사업 설계사업자로 선정, 설계용역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십여 차례에 걸쳐 합계 1억3,000여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는데, A씨는 조합운영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B씨로부터 차용한 것일 뿐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변명하였습니다.

그러나 A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로 불구속 구공판되어 재판을 받았고, 결국 재판부는 조합장 A씨에게 징역 5년 및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습니다. 

재판부는 “설계업자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민총회를 거쳐야한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추진위원회를 이끌어 온 A씨가 조합원들에게 특정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설계업자 B씨는 A씨의 영향력 행사에 기대어 금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A씨의 범행은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추진위원회 임원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히며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한편, A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설계업자 B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언뜻 보기에는 수뢰자인 조합장 A씨에게 징역 5년이라는 상당히 중한 형벌이 부과된 듯 보이고, 반면 증뢰자인 설계업자 B씨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으므로 적절하거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벌이 선고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법률적인 관점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뇌물을 수수한 A씨의 경우 법정형의 하한 또는 그 이하의 형이 선고된 반면, 뇌물을 공여한 B씨의 경우 법정최고형이 선고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우선 수뢰자의 경우 형법 제129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수뢰액의 다과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있습니다.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0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고,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7년이상 유기징역에,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관한 법률 제1항, 제2항).

한편 수수한 뇌물은 몰수할 수 있고, 몰수할 수 없을 땐 추징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134조). 위 사건에서 A씨는 합계 1억3,000만원의 뇌물을 받았으므로 특가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라 최소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도 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하였을 뿐입니다.

바로 여기에 비밀이 있고 여기에 법기술 즉, 법적 기교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A씨가 받은 뇌물의 총합계는 1억3,000여 만원이지만 십여 차례에 걸쳐서 받았다고 했으므로 1회 수수액은 3,000만원 미만일 수 있고, 그렇다면 형법상(제129조) 뇌물죄 또는 특가법 제2조제1항제3호의 뇌물죄가 10여 개 성립할 뿐 특가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고, 이 경우 경합범 처리 규정(형법 제38조)에 의하여 7년 6월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한편, A씨가 수수한 뇌물은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고, 또한 2~5배 이하의 벌금형을 병과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몰수, 추징은 선고되지도 않았고 벌금형도 수뢰액의 2배에도 못 미칩니다. 그러니 위 판결에서 A씨는 비록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형에 비하면 법적인 기교를 부려 상당한 봐주기 판결을 선고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A씨의 변명에 따르더라도 B씨에게 설계자로 선정되도록 해주겠다는 약속 내지는 기대를 미끼로 금품을 받은 것이므로 적어도 B씨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었다는 점도 부기해둡니다.

반면 증뢰자인 B씨에게는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는데, 그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며 수뢰죄와는 달리 특가법상 가중처벌하거나 벌금형 병과 규정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증뢰자인 B씨가 뇌물을 공여한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여 수사가 개시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형법상 자수에 해당하므로 자수감경(형법 제52조) 사유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B씨에 대한 징역 2년의 형은 비록 집행유예를 감안하더라도 A씨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과중하다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A씨는 수사와 공판과정에서 범행을 전면 부인하였고, B씨로부터 설계용역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였으므로 받은 금품 전부를 포괄일죄로 보아 징역 10년에 추징금 1억3,000만원과 벌금 5억원 정도가 선고될 수도 있었던 반면, B씨는 비록 뇌물공여자이지만 사기의 피해자라는 점과 자수한 점을 감안한다면 벌금 1,000만원 정도가 적절한 형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안이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하여 무겁게 처벌받은 것은 아니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하여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이라고 단정하여서는 안 되며, 법정형의 하한을 벗어났는지, 그렇다면 어떤 법논리, 법기술이 작용하였는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과연 죗값과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지 또는 부인하는지 등 태도에 따라 적절한 형량이 선고된 것인지를 균형 있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하며, 상소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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