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 의원 | 서울특별시의회 [사진=이혁기 기자]
박상혁 의원 | 서울특별시의회 [사진=이혁기 기자]

서울시 내 고층 아파트 단지들의 리모델링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가 수평증축도 수직증축과 마찬가지로 안전성 검토 절차를 거치도록 지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법제처와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뒀는데, 세대수 증가 없이 1층을 필로티로 설치하고 최상층 1개 층을 높이는 증축의 경우 안전성 검토를 거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서울시 수평증축 대부분의 사업장이 필로티를 도입해 사업 추진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제 선택지는 안전성 검토 절차를 거치거나 필로티를 삭제한 설계변경을 동반해야 한다. 이 경우 사업기간 증가에 따라 조합원 분담금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박상혁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최근 제321회 정례회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리모델링 규제만이 답은 아니다”는 발언으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의원은 조합을 설립해 시공자 선정까지 마친 곳들은 제도적 지원에 나서면서 ‘매몰비용’ 발생 등의 부작용을 차단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리모델링을 지양만할 게 아니라, 선택지를 넓힐 수 있도록 상한 용적률 상향조정 등에 대한 검토도 제언했다.

박상혁 의원이 제321회 정례회에서 오세훈 시장에서 시정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박상혁 의원이 제321회 정례회에서 오세훈 시장에서 시정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최근 제321회 정례회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리모델링 규제만이 답은 아니다”고 발언하셨다. 시 리모델링 정책 기조를 지적하셨는데, 이날 발언했던 개략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리모델링사업 활성화 방안과 정책 방향성을 모색해야한다는 점이다. 최근 리모델링사업 추진 단지들은 시의 갑작스러운 절차 강화에 당황하고 있다. 법제처와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사실상 수평증축도 수직증축과 마찬가지로 안전성 검토 절차를 동반해야한다고 지침을 내리면서다. 세대수 증가 없이 1층을 필로티로 설치하고, 최상층을 증축하는 경우도 수직증축 유형으로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조합들이 절차가 까다로운 수직증축 대신 수평증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약 70개 단지가 조합 단계에 있고, 상당수 단지들이 시 지침으로 인해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일선 사업장들이 수평증축에 대한 갑작스러운 안전성 검토 절차 추가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시의회에서 지적했다.

 

리모델링 정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위원이자 서초구를 기반에 두고 있는 시의원으로서 관내 사업 추진이 활발한 리모델링을 관심 있게 지켜봐왔다. 리모델링은 현 제도권 내에서는 고층 아파트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유형으로 꼽힌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정해진 상한 용적률을 주택법 및 건축법에 따라 증축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기존 세대수의 15%까지 증축이 가능한데, 여기서 나온 일반분양분으로 조합원 분담금을 절감하는 구조다. 따라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고층 아파트 단지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시는 지난 9월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마련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약 11만세대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본계획에는 사업성 분석, 안전진단 비용 등 지원책도 담겼다. 시는 리모델링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지원 대신 규제만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평증축도 수직증축과 마찬가지로 안전성 검토 절차를 거쳐야한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증축형 리모델링에 대한 ‘안전’ 문제. 현재 기술력으로도 충분한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건축·시공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수직증축과 동시에 구조보강이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증축형 리모델링은 구조보강이 이뤄지기 때문에 지진으로부터도 인명사고 위험이 없도록 안전하게 지을 수 있다. 기술력은 충분히 확보됐다. 그런데도 시는 ‘안전’을 화두로 수평증축 리모델링 절차를 강화시켰다. ‘안전’에 대한 강조는 지나친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리모델링 억제를 위한 명분으로만 내세운다면 적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일선 조합들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소한 필로티를 동반한 리모델링 준공 단지들을 찾아 정말 안전에 문제가 있는지 현장조사부터 선행하고, 그 근거를 토대로 절차 강화에 나섰어야 했다.

 

시는 수평증축도 안전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를 법제처와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 내용에 근거로 두고 있는데

법리적 논리만 따진 무리한 해석이다. 물론 리모델링은 전면철거 후 신축하는 사업이 아닌 만큼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런데 안전성과 관련된 사고는 신축 아파트 건립 과정에서 발생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리모델링과 관련된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필로티를 도입한 2005년 이후 증축형 리모델링으로 준공된 사례만 10여곳으로 파악됐다. 지은 지 15년을 넘긴 단지들도 있다. 시는 무조건 절차만 까다롭게 정할 게 아니라 최소한 필로티에 대한 기술검증을 거쳐 안전성 확보에 미흡하다는 근거부터 마련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지침을 마련하면서 구조기술사 등 현장 전문가들이 아닌 변호사들의 의견만 청취한 셈이다.

 

업계는 시가 재건축에만 무게중심을 두고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토로한다. 과거 재개발 실태조사로 인해 발생했던 ‘매몰비용’ 등에 대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리모델링과 재건축. 두 가지 사업유형 선택을 두고 아직도 혼란스러운 이유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다. 시도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장단점을 따져 바람직한 선택이 되도록 기준을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거쳐 시공자를 선정하는 등 사업 추진이 어느 정도 진척된 곳들은 리모델링을 마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사업을 상당기간 추진해 온 곳들이 갑작스런 정책 변화로 중단 위기에 처한다면 과거 재개발 실태조사에 따른 매몰비용 책임공방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내 70여곳이 조합 단계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고 가정하면 사업이 무산될 경우 낭비되는 비용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리모델링 규제로 고통받는 서울시민을 대표해서 서울시의회에서 대변해주셨다. 시 정책방향에 제언을 하자면

용적률 체계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하다. 리모델링에 규제만 가할 게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용적률을 상향시키는 등 사업유형 선택지를 넓혀줘야 한다는 뜻이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곳들은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한 곳들이다. 상한용적률에 가로막혀서다. 시가 리모델링을 억제하고, 재건축을 권장하겠다는 취지라면 상한용적률을 완화하는 등 용적률 체계에 대한 재정비부터 나서야 한다. 현재 서울시의 용적률 체계는 약 20년 전부터 운영해왔다. 이제 그동안 인구·경제·사회·기술·환경 등에 대한 변화를 반영해 용적률 체계 재정비에 나서야 할 시기다. 글로벌 도시로서 상한 용적률 완화 등 새로운 도시계획적 시도가 필요하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