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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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공유지를 매입한 이후 법원의 판결로 조합설립인가가 무효가 됐다. 그렇다면 해당 국공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매매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법원이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정우정)는 지난 8월 A재개발조합이 대한민국과 서울 동대문구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반환’ 소송에서 이 같이 판결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재개발조합은 지난 2006년 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이듬해인 2007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후 재개발을 시행하기 위해 정비구역 내 도로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구청 등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했고, 구청 등은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문제는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로 판명나면서 발생했다. 지난 2010년 일부 조합원들은 구청을 상대로 A재개발조합에 대한 무효 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조합설립인가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이유로 조합설립무효 판결을 내렸고, 서울고법과 대법원은 항소와 상고를 각각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조합은 앞선 매매계약은 조합이 정비사업을 정상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어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매매계약이 무효라며 매매대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매매계약이 유효하더라도 정비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착오해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만큼 매매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조합은 해당 토지는 무상으로 양도해야 하는 토지임에도 매도를 한 만큼 법령을 위반해 무효라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매매계약 체결 당시 조합이 정비사업의 정상적인 진행이라는 조건을 붙이려는 의사가 있었더라도 외부에 표시되지 않은 이상 매매계약 체결의 동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즉 조합이 주장하는 매매계약의 조건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해당 토지가 무상양도 대상이어서 매매계약이 무효라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법령에서는 도로법상 도로를 무상양도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해당 토지는 이른바 ‘사실상 도로’여서 무상양도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착오로 인한 매매계약이어서 취소해야 한다는 조합의 주장도 배척했다. 민법상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경우 취소가 가능하지만,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비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는 만큼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조합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실효된 만큼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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