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숙 조합장 |  북아현2촉진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정정숙 조합장 |  북아현2촉진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간의 공사비 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된다. 비전문가 집단인 조합이 오랜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건설사를 상대로 좋은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재정비촉진구역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됐다. 조합이 국내 최대 건설사인 삼성물산·DL이앤씨라는 대기업을 상대로 공사비 협상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반전의 결과가 나왔다. 공사비를 대폭 낮춘 것은 물론 조합이 요구한 대부분의 마감재와 계약내용이 반영된 협상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정정숙 조합장의 철저한 분석과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사비 협상의 성공 노하우를 듣기 위해 정 조합장을 만났다.

 

최근 시공자인 삼성물산·DL이앤씨와 공사비 협상을 마무리했다. 협상결과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당초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제시한 마감수준의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3.3㎡당 859만원의 공사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감수준을 하향한 소위 ‘깡통아파트’를 건설하는 비용만도 749만원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시공사업단의 공사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요구하는 공사비 차이가 크다보니 협상이 쉽지 않았다. 결국 시공자 계약해지라는 최후의 방법까지 동원된 끝에서야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3.3㎡당 748만원의 공사비로 관리처분계획 수립과 본계약 체결을 진행키로 양사와 합의했다.

 

시공사업단이 최초 요구한 공사비와 비교하면 무려 110만원 이상 평단가가 낮아진 금액이다. 이번 공사비 협상을 통해 조합이 얻은 이익은

우선 공사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조합원들의 부담금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최초 시공단의 공사비와 비교하면 3.3㎡당 약 111만원이 낮아진 것인데, 총공사비로 환산하면 약 1,300억원 규모다. 현재 조합원이 1,200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세대당 약 1억원 이상의 부담금 절감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특히 공사계약 조건에서 조합에 유리한 내용을 이끌어내면서 무형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조합이 단지 고급화를 요구하면서 제시했던 마감재가 대부분 합의문에 반영됐다. 일부 외산 수전 등을 제외한 약 95%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비용이나 공사·분양조건 등에서도 조합에 유리한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조합이 시공사업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공격적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조합의 협상안이 대부분 받아들여졌는데,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 있었나

외부에서 보기에는 무모한 계약 조건이라고 판단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조합에서는 철저한 조사와 계산, 전략을 통해 협상을 진행했다. 실제로 저를 비롯해 총무이사 등 집행부는 협상에 앞서 공사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인근 구역은 물론 최근에 삼성물산과 DL이앤씨가 계약하거나, 입찰에 참여한 조합들의 공사비를 취합하고, 분석했다. 심지어 총무이사와 함께 울산까지 내려가 삼성물산이 수주한 현장의 공사비를 조사하기도 했다. 수개월간 이렇게 조사한 공사비 현장만도 무려 40여개에 달한다. 단순히 공사비만 조사한 것이 아니라 공사계약 조건과 마감수준, 분양조건 등 도급공사계약에 필요한 내용까지 정리해 데이터화했다. 즉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조합이 먼저 적정 공사비를 산출해 시공자에게 제시한 것이다. 소위 못 하나 가격까지 반영해 합리적인 공사비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시공자 계약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시공자 계약해지를 위한 총회 소집까지 진행했는데

북아현2구역 조감도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 DB]
북아현2구역 조감도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 DB]

삼성과 DL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형 건설사다. 당연히 조합원들도 시공사업단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사업단이 제시한 공사비로는 재개발사업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여서 조합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조합이 자체적으로 조사해 파악한 공사금액이나 마감수준 등의 조건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했다. 따라서 조합은 실제 시공·계약 사례를 토대로 산출한 공사비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공사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음에도 설명회 참석조차 거부했다. 협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면서 계약해지 절차에 착수했다. 만약 총회가 개최될 때가지 답변이 없었다면 실제 계약해지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조합원들도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시공자와 계약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이뤄졌다. 다행히 주관사인 삼성물산이 총회 개최 수일 전에 조합의 협상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해지까지 진행되진 않았다.

 

시공자를 해지할 경우 자칫 손해배상 등의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구역에서는 시공자 해지 문제로 판결에서 패소하기도 했는데

물론 조합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해지절차를 이행하기 전에 변호사 등 전문가에게 법률적 자문을 받은 것은 물론 시공자의 귀책사유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도 확보했다. 조합에서는 약 7개월간 계약서에 대한 문구와 공사범위, 마감재, 공사비 수준 등을 검토해 협상을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도급공사계약은 시공자가 공사비 등을 제시하면 조합이 검토한 후 절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우리 구역은 조합이 되레 먼저 공사계약 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심지어 설명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공사비 증액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자리까지 마련했다. 본사에도 찾아가 계약 진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손해배상 등의 법적 분쟁에서 승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정숙  조합장 |  북아현2촉진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정정숙 조합장 |  북아현2촉진구역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이번 공사비 협상에서 시공사업단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집행부의 노력에 조합원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단합해 조합에 힘을 실어주신 덕분에 공사비 절감은 물론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일부 반대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도 협상 진행 과정에서만이라도 힘을 보태주셨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우리 구역은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주민들이 생활하시기 어려운 낙후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모든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사업에 참여해주신다면 재개발은 더욱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다. 조합에게 지지와 협력을 보내주신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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