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관련 분쟁, 재건축 초기부터 이어져 온 문제. 1기 신도시 재정비에도 큰 걸림돌 될 듯

이태희 부연구위원
이태희 부연구위원

최근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많은 구역에서 상가와 관련된 분쟁이 보도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분쟁이 타결되어 사업이 순항하는 구역도 있으나,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구역도 다수 존재한다. 상가 소유자와의 갈등으로 심지어 추진위원회 승인 후에도 15년 이상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고 사업이 지연된 사례도 있다.

재건축사업은 기본적으로 주택과 상가가 원만하게 협의하여 토지를 분할하지 않고 통합하여 개발하는 것이 전체 이익의 극대화에 가장 유리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주택과 상가 소유자간 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은 기본적으로 이해관계 및 주된 관심 사항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두 집단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개발이익 분배, 또는 각 단체가 생각하는 ‘정당한 몫’을 정하는 것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상가 측은 본인들의 종전자산 가치가 주택 대비 충분하게 평가받지 못하다거나, 영업손실에 대한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추가적인 몫을 배분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해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높다. 제로섬 구조 속에서 이러한 요구는 주택소유자들과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거버넌스 체계 설계, 즉 의사결정 기구 구성과 상가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서 상가 측의 권한 등과 관련한 갈등도 존재한다. 다만 개발이익 분배 관련 갈등에 비해 그 강도는 약한 편이다.

따라서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지금과 같이 상가 관련 분쟁이 빈번하고 심각하게 발생한다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단계별 분쟁의 유형

주택과 상가 소유자 간 분쟁은 주로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각 단계별로 발생하는 분쟁의 유형은 상이하다.

 

<조합설립인가 단계>

조합설립을 위해서는 ‘동별동의요건’을 충족해야 하기에 일반적으로 이 단계가 소수파인 상가 소유자의 협상력이 가장 강할 때이다. 반면, 다수결로 결정되는 의사결정 구조 속에 이 단계를 지나면 상가소유자의 협상력은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조합을 설립하는 단계에서 핵심 쟁점들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고, 원만한 타결이 안 되면 사업이 지연된다.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 조합은 공유지분으로 묶여 있는 상가분 토지를 분할해서 별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 법 제67조의 공유토지분할특례조항 적용이 가능한 경우, 추진위원회는 소송의 당사자가 되어 해당 상가를 제척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조합설립을 거쳐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까지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상가를 제척하고 사업을 추진하기 용이하지 않은 구역도 다수 존재한다. 이 경우 상가 측이 사실상 재건축 거부(veto)권을 가지게 되는 구조여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 경우 조합설립 동의를 조건으로 상가 측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요구를 주택소유자들이 수용하지 않고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 그만큼 사업이 지연된다.

반면 상가 측이 사실상의 거부권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특히, 복리시설 구분소유자 수가 5 이하여서 동별동의요건 충족 대상이 아닌 경우 협상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다수결의 논리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상가소유자들은 사업과정 및 개발이익 분배에 있어 본인들의 권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작성되는 합의서는 대게 주요 쟁점에 대한 큰 틀을 규정하는 수준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합의서를 기준으로 사업추진 과정에서 상호 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주로 주택단지의 건축설계, 특히 상가의 위치, 규모, 동선설계 등과 관련하여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상가 관련 주요 사안을 충분히 협의하면서 건축설계를 진행하는 경우 큰 갈등 없이 사업이 진행될 수도 있으나, 여러 이유로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주택소유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실권을 가지고 있는 조합이 상가 측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만일 당초 합의한 협의 방식이나 내용과 중대한 차이가 있다면 사업시행계획 및 인가취소 소송이 제기되거나, 조합 집행부 교체를 시도하기도 하는 등 분쟁이 발생한다.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

조합원 분양설계, 종전·종후자산가치 평가, 사업의 수입·지출 계산을 통해 조합원별 비용분담과 권리귀속 관련 사항을 결정하는 관리처분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주택과 상가조합원간 종전자산평가금액의 적정성, 분양 우선순위 및 금액, 비용 및 개발이익 배분 등과 관련한 갈등이 주로 발생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있어, 합의 내용을 변경하여야 할 충분하고 객관적인 필요성이 없음에도 조합이 임의로 합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상가조합원들이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경우,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한 것이기에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될 수 있다(대법원 2022.5.26.선고 2022두30539판결).

당초 합의서에는 주요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합의의 큰 틀을 지킨다고 할지라도 관리처분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간 상당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 : 제도 미비로 인한 분쟁 증폭 및 불필요한 분쟁 유발

재건축사업은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소유자들이 일종의 동업을 통해 시행되고, 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인·허가청 등 공공기관과 협력업체와의 협의와 협상을 통해 진행된다. 따라서 사업 과정에 분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일견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즉 모든 분쟁을 ‘문제’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필자가 판단하기에 현재 재건축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주택과 상가소유자 간 빈번하고 심각하게 발생하는 분쟁의 원인은 상당 부분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제도의 미비와 잘못된 제도설계에 있다. 이로 인해 갈등이 불필요하게 증폭되거나 유발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먼저 현행 법령에서는 주택과 상가소유자 간 협상에서 주요 쟁점 사안들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상당 부분 당사자 간 합의에 맡기고 있는 분야가 많다. 또한, 재건축에서는 사업으로 발생하는 실질적인 손실에 대한 보상 규정이 부재하여 분쟁이 심화되거나 복잡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종종 사회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상가쪼개기’ 또한 주택과 달리 상가는 분할이 쉬운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서 발생하고 있다. 

제도 미비의 원인 중 하나는 ‘민간개발사업’으로 분류되었던 재건축사업의 연원에 기인한다. 과거 주택건설촉진법에 근거해서 추진되었던 재건축사업은 ‘조합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민간사업’으로 분류되었기에 조합설립과 사업계획 승인 등에 관해서만 관에서 담당했다. 또한, 대부분 조합설립에 동의했기에 별도의 손실보상 규정도 부재했다.

도시정비법 제정 후 공법적 규제를 받기 시작했음에도 이러한 특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전술한 주요 사안을 제도에서 충분히 규율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번 상가쪼개기 방지 법안 : 여러 문제 중 하나일 뿐이며, 문제의 근본 해결방안도 아냐

지난 9월 2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서는 재건축 상가-주택소유자 분쟁 개선방안으로 권리산정일 조기화를 통한 상가쪼개기 관련 내용만 포함됐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권리산정일 조기화만으로 상가쪼개기 문제를 충분히 개선하기 힘들뿐 아니라 쪼개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방안도 아니라고 사료된다. 무엇보다도 앞서 살펴봤듯 주택과 상가 간에는 여러 유형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상가쪼개기는 이 중 일부에 불과하며, 가장 중요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유형의 분쟁도 아니다.

본 연구에서 여러 사례를 검토해 본 결과, 가장 해결하기 어렵고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분쟁은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상가 측이 사실상 재건축의 거부권을 가지고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나, 동별동의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소수자의 정당한 권익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제도개편 방안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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