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희  위원장 | 부천시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 [사진=이혁기 기자]
방순희  위원장 | 부천시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 [사진=이혁기 기자]

최근 경기 부천시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고도제한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천시 일대는 김포공항 주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고층 아파트 건립이 어려운 지역이다. 이에 재산권 침해, 나홀로 아파트 증가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 등에 대한 문제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시에서도 민원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면서 지난 5월 민·관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별도의 전담기구를 구성했다. 추진위원장으로는 현장에서 건축물 높이 제한에 대한 문제점을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일선 조합장을 위촉했다. 바로 방순희 성도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장이다.

방 위원장은 지난달 5일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건축물 높이 규제를 풀어달라는 서명부와 건의문을 전달했다. 고도제한 완화를 통해 주민들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도모하면서도 부천시 내 정비사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게 방 위원장의 목표다.

 

[사진=추진위 제공]
[사진=추진위 제공]

 

지난달 5일 부천시 관계자와 함께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하고자 국토교통부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약 6만6,000명 중 4만명 이상의 부천시민이 고도제한 완화 서명에 동참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이끌었는데

이번 국토부 방문은 부천시 외에도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강서구, 양천구 등의 지역 관계자가 함께했다. 고도제한 완화 문제는 민·관이 함께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 오래된 숙제다. 고도제한 완화 여부에 따라 건축물의 높이가 달라지면서 사업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진위는 국토부에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 완화 촉구를 위한 공동 건의문도 전달했다. 공동 건의문에는 항공학적 검토 제도 조속 시행, 지역 특수성을 감안한 고도제한 완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측에 국제기준 개정 일정 준수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서명 활동은 지난 5월부터 약 2개월 동안 부천시와 서울 강서구, 양천구 주민 약 6만6,300명이 동참했다. 이중 4만1,190여명이 부천시 주민이다. 그만큼 부천시에서도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다.

 

▲현행 고도제한 관련 규정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인가

부천시 원종·고강을 비롯한 오정 일대는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으로 인해 주민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획일적인 층수 규제로 인해 나홀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곳곳에 빌라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주거환경도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개발의 불균형으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행 공항시설법에는 활주로 반경 4㎞ 이내 지역은 건축물 높이가 활주로 높이 대비 최고 45m로 제한되는 고도제한 규정을 적용 받는다. 부천시는 전체 면적의 절반가량이 고도제한 대상이다. 약 47%가 고도제한에 해당돼 노후 구도심 재건을 위한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고도제한을 완화해도 안전상에 대한 문제는 없나

안전을 외면한 채 재산권 확보에 중점을 두고 무조건 고도제한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다. 이미 연구를 통해서도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부천시는 지난 2012년 8월 양천구, 강서구 등과 함께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 공동 연구용역에 나섰다. 그 결과 최고 30층 높이 까지는 고도가 완화돼도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는 공항 활주로 주변 반경 4㎞ 지역에 대해 건축물의 높이를 고도 45m로 제한하고 있다. 비행기가 선회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연구용역 결과 고도를 119m까지 완화해도 안전상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왔다. 분단 상황과 서울 도심 인접성으로 김포공항은 선회 비행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국토부에서도 고도제한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토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가 고도제한 완화의 국제 기준을 개정하면 국내에 적용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문제는 국제민간항공기구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2022년까지 개정안을 마련해 회원국 의견을 수렴한 뒤 2024년 발효하고, 2026년부터 준비가 끝난 회원국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방침을 바꿔 2028년에 모든 회원국에 일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공항시설법에서는 항공학적 검토 규정에 따라 건축물의 높이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주민들의 간절함이  담긴 약 6만6,000명의 서명부 및 공동 건의문 전달을 계기로 고도제한 완화를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

 

성도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업무를 맡고 계신데, 고도제한 규정 완화에 앞장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건축물의 높이 규제는 부천시 모든 사업장들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조합장으로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성도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시공자로 코오롱글로벌을 선정했다. 이제 건축심의를 준비 중으로, 고도제한을 적용받지 않았다면 사업성이 더 양호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부천시 정비사업장 대부분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부천시와 양천구, 강서구 등 구도심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비사업 추진이 필수다. 이러한 정비사업 성공의 척도는 사업성이다. 그런데 건축물의 높이 제한은 사업성과 직결된다. 높이가 제한될 경우 허용된 용적률 전체를 적용받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일반분양분이 줄어들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예상되는 긍정적인 부분은

부천시 전체 지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획일적인 층수 규제가 완화된다면 조화로운 경관을 이룬 아파트들이 조성될 것이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증가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현재 부천시에만 재개발·재건축 약 20곳, 가로주택정비 100여곳 등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도제한이 완화될 경우 사업성이 향상되면서 분담금 증가에 대한 부담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토부는 분담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유도하면서도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부천시 일대 추진주체들의 귀감이 될 만한 말씀을 부탁드리자면

부동산시장 활황기를 지나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일부는 침체기를 걱정하기도 한다. 다만 부동산시장은 변곡점이 존재한다. 침체기가 온다면 다시 올라서는 시점도 있다. 지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침체기는 지속되지 않았다. 특히 2025년 이후부터는 공급절벽이 우려된다는 통계청의 발표 결과도 나왔다. 즉, 주택공급 부족으로 인해 신축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또 부천시에는 GTX 노선이 들어서는 등 개발호재도 있다. 서울과 가까운 만큼 직주근접에 따른 수요도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부천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장만 100곳이 넘는다. 시장 변화를 예측하면서 정비사업 성공을 목표로 철저한 준비에 나선다면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부천시 미래지도가 다시 그려질 것이다. 추진위원회도 고도제한 규제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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