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내 건물을 소유한 피고인들이 재개발조합이 자신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승소하고 확정판결을 받아 건물에 대해 강제집행을 실시하려 하자 보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물리력을 행사하여 집행관의 집행을 방해한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들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하였는데, 제1심과 항소심 판결은 피고인들에 대해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항소심) 판결이 업무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하였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에 환송한 사례가 있었습니다(대법원 2023.4.27. 선고 2020도34 판결).

위 사건에서 조합은 피고인들이 물리력을 행사하여 집행관의 강제집행을 제지하는 바람에 집행절차가 지연되고, 그에 따라서 조합의 이주 및 철거업무가 방해받았다는 내용으로 고소하였는바, 이에 검사가 피고인들을 업무방해죄로 각각 벌금 30만원에 약식 기소하였고, 피고인들의 정식재판 청구를 거쳐 제1심과 항소심은 모두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30만원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런데, 검사는 피고인들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하면서 ‘피고인들이 강제집행을 보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위력으로 방해함으로써 집행관에게 집행위임을 한 <조합>의 이주 및 철거업무를 방해하였다’고 공소장에 기재하였는데, 제1심과 항소심은 위 공소사실에 대해 그대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심으로 사건을 되돌려 보낸 것으로서, 파기환송의 이유는 ‘강제집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행위임을 한 조합의 업무가 아닌 집행관의 고유한 직무에 해당하고, 설령 피고인들이 <집행관>의 강제집행 업무를 방해하였더라도 이를 채권자인 조합의 업무를 직접 방해한 것으로 볼 만한 증거도 부족하므로 피고인들이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의 행위와 조합의 업무방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위 사건은 결국 파기환송을 받은 항소심 법원에서 ‘집행관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거친 다음 다시금 피고인들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될 것은 물론 형량(벌금 30만원)도 달라질 이유가 특별히 없다는 점에서, 과연 당사자들인 피고인들과 피해자이자 고소인인 조합에 대법원의 위 파기환송 판결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 위 사건은 2018. 5.경에 발생한 것으로 피고인들이 차량으로 건물 입구를 막고, 2층에서 LPG 가스통에 라이터를 들고 강제집행을 하고자 하는 집행관 및 그 일행들을 향해서 “다 같이 죽자”고 소리치는 등 물리력과 협박을 한 사안이었는데, 실질적 피해자인 조합과 피고인들 입장에서 볼 때 결과적으로 행위자가 ‘업무방해죄’로 ‘벌금 30만원’의 형벌을 선고받은 사건이라는 점은 대법원의 위 파기환송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필자는 위 사건의 수사와 판결의 문제점이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는바, 바로 위 대법원 판결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2018. 5.에 발생한 사건에 대하여 조합의 고소로 인해 사건의 수사가 이루어지고, 약식기소와 약식명령 및 정식재판 청구를 거쳐 1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도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던 사건으로 이미 사법절차는 상당히 지연된 사안입니다.

그런데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항소를 제기하고, 이에 항소심에서도 역시 피고인들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되자 피고인들이 즉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는데, 상고를 제기한 2020. 1.경부터 무려 3년이 훨씬 더 지난 2023. 4. 27.에서야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던 것입니다.

유죄인 원심 판결이 파기, 환송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무죄판결을 받을 것도 아닌 위 사건에서, 무려 3년도 넘게 걸린 위 대법원 판결이 무슨 소용이며, 업무방해죄가 친고죄가 아닌 이상 파기환송심에서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너무나도 더디고 느린 위 대법원 판결은 고소인과 피고인 모두에게 전혀 무익한 절차의 지연에 불과하다 할 것입니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27조제3항)는 대한민국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을 특별히 상기하지 않더라도 무려 3년이 넘는 장기간이 걸려서 나온 위 대법원 판결의 주문이나 이유를 보면, 과연 이 정도의 판결을 하는데 무려 3년이 넘는 심리와 판단이 필요한 것인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고, 나아가 파기환송의 이유가 정작 당사자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조합의 의뢰를 받은 집행관이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현장에 피고인들이 차량을 이용하여 집행관의 진입을 막고, LPG 가스통과 라이터를 들고 다가오면 불을 붙일 것처럼 협박한 이 사건과 같이 증거가 명백하고 행위가 단순하며, 법률 적용 또한 명료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2018. 5. 사건이 발생 후 2023. 현재까지 무려 5년이 넘는 동안 사건의 판결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면, 지연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위 사안에서 조합은 어쩌면 파기환송이라는 위 대법원 판결로 인해서 피고인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조차 아직 못하고 있거나 이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해 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재판 또는 수사나 사법절차가 지연되는 경우 당사자들에게 법적인 불안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보다 철저히 보장되어야 마땅합니다.

적어도 단순 명료한 사안은 그에 걸맞게 신속하게 수사하고 기소되고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현재의 사법체계 하에서도 신속하게 처리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변호사도 신속히 재판을 받고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절차진행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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