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노후화는 불가항력적일 수밖에 없다.

고층 아파트들의 노후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리모델링에 대한 시장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리모델링 추진 대상 단지는 오는 2030년 기준으로 898개단지, 약 11만세대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서울시는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안전성 확보를 이유로 절차를 강화하는 등 사실상 규제에 나서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근거 없는 행정횡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제320회 제1차 본회의에서 최재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시 리모델링 정책을 혹평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 의원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재건축이 불가능한 곳으로, 제도권 내에서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보다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의원을 만나 리모델링에 대한 시 정책의 문제점과 의회 차원에서 사업 활성화를 위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재란 의원 | 서울특별시의회 [사진=이혁기 기자]
최재란 의원 | 서울특별시의회 [사진=이혁기 기자]

▲지난달 28일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서울시의 리모델링 정책 기조를 지적했다. 이날 발언했던 개략적인 내용은 무엇인가=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리모델링 추진 타당성과 사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시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시 리모델링 정책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안전 문제를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고 사업 억제를 펼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안전성 확보를 주장하면서도 대부분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리모델링을 추진할 경우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또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리모델링밖에 없는 시민들의 간절한 입장을 전달했다.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으신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리모델링 활성화를 골자로 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곳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단지들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실제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일선 사업장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대부분 순조로운 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민원들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리모델링은 중·장기적으로 활성화시킬 수밖에 없는 사업인 것은 분명하다. 아파트는 노후화되기 마련이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은 주기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도 재건축, 재개발과 마찬가지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는 노후 아파트들을 위한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사실 안전성 확보는 리모델링에서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해묵은 논쟁과도 같다는 의견이 나오는데=안전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안전만을 강조하면서 리모델링을 규제 대상으로만 삼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시는 리모델링이 안전하지 않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인 셈이다. 물론 최근 신축 아파트에 대한 부실공사 문제가 불거졌고,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지자체 감독이 철저하게 요구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들의 문제는 공사 과정에서의 ‘부실’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리모델링 안전과 연결 짓고, 절차 강화를 위한 명분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이미 수준급 시공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구조보강이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는 기술력으로 충분하다는 학계 의견과 검토 결과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93년부터 20년 동안 리모델링을 완료한 10여개 단지를 대상으로 집합건물 하자와 관련된 분쟁조정 신청 접수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분쟁조정 신청 접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즉, 리모델링 사업유형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시의 근거 없는 주장은 부당하다.

 

▲리모델링 정책에 있어 시가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부분은=리모델링 활성화를 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시는 반대노선을 타면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정부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제정을 통해 리모델링사업의 세대수 증가 범위를 기존 15%에서 더 상향시켜주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시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기반시설에 대한 부족, 기부채납 미비 등을 이유로 말이다. 오히려 시에 되묻고 싶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재건축을 통해 기부채납과 공공임대 건립 등 공공기여를 하고 싶어 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상한 용적률에 따라 고층 아파트들의 경우 재건축 추진이 어려우니, 리모델링을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리모델링으로는 세대수 증가 범위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부채납이 어렵다. 리모델링 역시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효과가 있는데, 시는 너무 행정편의주의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시의 중점 사업인 신통기획 및 모아타운 등에 힘을 싣기 위해 리모델링을 소외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시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달 28일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하고있는 최재란 의원 
지난달 28일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하고있는 최재란 의원 

▲리모델링 업계가 요구하는 ‘규제 완화’를 시의회에서 대변해주셨다. 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고 계신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있다면=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 구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심의위원으로서 리모델링 심의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안전 등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규제 대상 측면으로만 리모델링을 바라봤다. 재건축이 불가한 아파트들의 주거환경 개선 방안은 리모델링이 유일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해당 사업유형과 밀접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그래서 심의위원에 리모델링 관련 전문가도 위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렸다. 시에서도 리모델링 안전분야 전문가를 위촉하는 것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렇게 한 걸음씩 개선을 해나간다면 리모델링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이 활성화 될 것이고, 정책의 다양성도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의회 차원에서 리모델링 규제 완화를 위한 향후 계획은=이번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상임위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리모델링사업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위원들도 많다. 시민들이 원하는 리모델링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정책연구 및 스터디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모든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할 수 는 없기 때문에 리모델링사업은 중·장기적으로 활성화될 것이 분명하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함께 연구하는 시의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주택공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한다고 보시나=재건축 활성화도 좋지만, 기존 자원을 재활용한 리모델링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도 노력해야 한다. 아파트가 노후화한다고해서 모두가 재건축을 추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측면에서도 인구 밀집, 기반시설 부족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상한 용적률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 상당수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로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한강이 흐르는 자연 친화적인 곳이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고 첨단 유행을 선도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리모델링은 서울을 둘러싼 산과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남산, 한강 조망을 지키면서도 주거환경 개선에 꼭 필요한 도시정책의 일환이다. 이처럼 꼭 필요한 정책을 규제로 강제하는 것보다는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통해 주거환경, 도시미관을 개선하면서도 서울을 찾는 사람들과 시민이 행복감을 느끼는 도시로 성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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