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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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지구 재건축의 설계업체 선정이 2차전에 돌입했다. 압구정3구역이 시의 시정명령으로 설계자 선정을 위한 재공모를 결정했고, 4구역은 국내외 내로라는 설계업체가 참여해 치열한 설계대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압구정3구역은 시의 지속적인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앞서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은 희림건축이 용적률 360%를 적용한 설계로 논란이 일었지만, 내부 검토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설계자 선정 절차를 강행했다. 희림건축이 시의 민원회신을 통해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데다, 시와 구도 설계자 선정 절차를 중단하라는 공식 문서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지난 7월 총회를 개최해 최다 득표를 받은 희림건축을 설계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시는 압구정3구역의 설계자 선정이 무효라고 발표하는 한편 조합운영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당초 지난달 1일부터 11일까지로 조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례적으로 일주일 연장을 결정할 정도로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조사 결과에서도 설계자 재공모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수사의뢰한다는 방침까지 발표했다. 여기에 경쟁사였던 해안건축은 조합을 상대로 설계자 선정 무효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조합이 전방위 압박을 받게 된 상황이다.

결국 압구정3구역은 지난달 28일 대의원회를 열고 희림건축에 대한 설계자 선정을 취소하고, 설계 공모절차를 다시 진행키로 결의했다. 대의원회 결과에 대해 조만간 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의 판단에 따른다는 계획이다. 조합의 결정에 해안건축도 설계자 선정 무효 가처분에 대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신청을 취하했다.

다만 설계자 재공모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은 최대한 신속하게 설계 재공모를 통해 설계자 선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가 설계자 선정과 관련한 기준을 개선할 예정이어서 재공모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희림건축의 재입찰자격 여부를 두고 다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압구정4구역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사들은 물론 글로벌 설계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설계용역비만 103억원에 달하는데다 강남을 대표하는 재건축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건원건축과 정림건축, 토문건축, DA건축이 4파전을 벌이고 있다. 

압구정4구역 설계업체. 건원건축, 정림건축, 토문건축, DA건축 순
압구정4구역 설계업체. 건원건축, 정림건축, 토문건축, DA건축 순

건원건축은 삼하건축과 함께 미국 SMDP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정림건축은 미국 저디파트너십과 함께 공모에 참여했다. 토문은 영국의 PLP 아키텍쳐인터내셔널을 파트너로 삼았고, DA건축도 미국 칼리슨RTKL과 손을 잡았다.

특히 압구정4구역 재건축조합은 앞서 압구정3구역과 같은 갈등을 겪지 않기 위해 설계자 선정기준과 공모지침에 따라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참가 설계업체들에게 신통기획을 벗어나지 않은 설계공모작을 제안하라고 통지하고, 조합원들의 개별접촉이나 개별홍보도 제한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압구정3구역이 설계자 선정과 관련한 진통을 겪고 있는 만큼 법령이나 지침 등 원칙에 따라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원하는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설계안이 당선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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