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 펜데믹 종식 이후 치솟는 물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세의 불안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불러왔다. 이러한 현상은 건설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국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현장에 직격탄을 날려 전쟁터에 버금가는 혼란과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

이미 착공에 들어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과 착공을 준비하는 현장, 그리고 시공자 선정을 계획하고 있는 현장에서도 공사비에 대한 불안감은 별반 다르지 않다. 불안정한 시장의 현상에서 오로지 고통은 조합원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공사비의 증액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무엇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알려줘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상례이지 않을까?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시공사에서는 원자재 가격상승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올랐으니 무조건 공사비를 맞춰달라고 한다. 시공사에서 요구하는 공사비를 수용하지 않으면 공사를 못 한다거나, 다른 시공사를 찾아보라 등의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이 일상화된 듯하다.

물가가 오르면 얼마나 올랐는지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가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건설공사비지수 등이 있다. 

특히 건설공사와 관련해 직접적인 가격상승을 반영하는 지수로 많이 통용되는 것이 ‘건설공사비지수(건설원자재+노임단가의 월별 가격 변동지수)’이며, 여러 지표 중 상승 폭이 가장 큰 지수이기도 하다. 그러한 이유로 대다수 시공사는 조합과 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물가지수 반영 기준으로 가장 많이 채택해 명문화하고 있다.

조합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을 충분히 인지하며 과연 얼마만큼 올랐는지 명확한 근거를 요구하지만, 시공사에서는 가장 높은 건설공사비지수를 상회하는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서도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시공 현장에서 각종 사고로 인해 건설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분기에만 무려 63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사망자가 늘어난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여전히 일선 공사현장에서의 사고는 줄어들고 있지 않고 있다.

시공사에 대한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안전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공사비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는 식의 공사비 인상으로는 건설사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그럼에도 시공사는 한 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계산이고, 한번 오른 공사비는 내릴 수 없다는 슈퍼 갑의 배짱을 조합에 선사한다. 흡사 한번 오른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 하락에도 내려오지 않는 현상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규모에 따라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상승하는 공사비는 오롯이 조합원의 몫이란 말인가? 극심한 가뭄에 그저 하늘에서 비가 오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아파트 분양가격이 오르기만을 빌고 또 비는 기우재를 지내란 말인가?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해 매사 행정지도, 감독이라는 명목과 권한으로 조합의 업무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힘들게 하면서, 정작 전체 사업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공사비의 과다 증액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자유시장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시장개입 최소화 정책인가?

행정은 행정행위가 목적한 바를 원만히 이루어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보충적 행정행위와 공익과 시민의 안전 그리고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 행정행위가 있다. 인허가의 보충적 행정행위에는 적극적 개입으로 행정청의 권위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과도한 공사비 상승에 신음하는 민원인의 경제적 고통에 적극적인 행정행위가 절실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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