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을 침해한 피고가 원고들에게 물어야 할 범위에 관한 문제를 계속 살펴보자. 


선의의 점유자도 본권에 관한 소에서 패소한 때는 그 소가 제기된 때부터 악의의 점유자로 본다. 민법에 있는 규정이다. 피고가 유증을 받아 부친이 하시던 점유를 계속 하였으니 선의의 점유자다. 그런데 유류분 소송에서 패소했으니 그 소송이 제기된 때부터 소급적으로 악의의 점유자로 간주된다.


불법행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한다. 


사례에서 피고의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점이 있는가. 피고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상태대로 임대를 계속하고 있다. 부친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을 받는 것으로 건물의 관리방법을 결정하였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는 방법으로 임대하는 관리방법을 택하지 않은데 대해 피고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유류분침해자가 패소하면 제소시부터 악의의 점유자로 본다는 효과를 끌어와서 따져 보자. 


이런 효과로 인해 피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는가? ‘악의=고의·과실’이라면 피고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피고의 책임 범위가 커진다. 


1심은 이런 이유로 피고가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았다. 피고가 월 100만원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월 250만원 중 원고들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물어주라고 판결한 것이다.


반면 고등법원은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악의로 의제되는 효과는 법률상 선의와 악의를 구별할 실익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이와 법률요건을 달리하는 불법행위에서 고의나 과실 여부를 인정하는데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가 악의로 의제된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이것을 이유로 피고의 임대행위가 소급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행히 피고는 월 250만원을 기준으로 물어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 100만원을 기준으로 부당이득반환을 하면 되었다. 불법행위가 성립되느냐 아니면 부당이득반환에 그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큰 사례인데, 다행이 의뢰인은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된 경우이다.


재판을 하고 상담을 하면서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미묘한 법리를 만나게 된다. 


새로운 차원의 논리를 세우고 설득을 해야 한다. 법률이 어렵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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