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은 9개 장, 142개조의 방대한 조문을 두고 있는데, 그 중 제9장은 벌칙 규정으로서 제135조부터 제138조까지 형사처벌 대상인 범죄의 구성요건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조문의 수도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복잡하며 법률체계상 정합성이 요구되는 법률임에도 벌칙조항만 하더라도 4개의 조문에 구성요건은 총 32개로 정리해 볼 수 있으나, 일반 형법이나 다른 형사법 체계 및 죄형법정주의 등 형사법 원리와 일부 모순되거나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부터 1년 이하의 징역 및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까지 비교적 중한 법정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합장과 이사 및 감사는 조합 임원인바(법 제41조제1항),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죄(대검 예규에 의하면 이 법을 위반한 경우 그 죄명은 ‘도시및주거환경위반죄’라고 정하고 있습니다)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10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조합 임원이 될 수 없으며(법 제43조제1항제5호), 선임이 되었더라도 선임 당시 위 사실이 밝혀진 경우 당연 퇴임 사유에 해당합니다(법 제43조제2항제1호).

한편 우리 형법은 수 개의 죄를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판결로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다만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음)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37조, 제38조).

따라서 조합 임원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죄와 일반 형법상의 범죄로 동시에 기소된 경우 예컨대, 업무상횡령죄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죄로 동시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경우 판결은 도시및주거환경위반죄와 업무상횡령죄 두 개의 죄에 대하여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하나의 선고형이 나오는 것입니다.

업무상횡령죄의 경우 횡령금액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겠으나,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죄만 하더라도 그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만약 함께 기소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죄의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경합범 처리 원칙에 따른다면, 위 사건의 처단형의 범위는 11년 이하의 징역 또는 4천만원 이하의 벌금(무거운 죄인 업무상횡령죄의 장기 및 다액에 1/2을 가중하게 되면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4,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될 것이나, 형법 제38조제1항제2호 단서에 따라 장기 및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임)에 처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조합장이 ①조합 돈 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및 ②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 중 극히 일부를 15일이 경과되어 공개한 혐의로 동시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경우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위 사건의 판결문의 죄명은 「가. 업무상횡령, 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죄」라고 기재되고, 주문은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또는 「피고인을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라고 기재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때 과연 위 조합장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해당하여 이 법 제43조제2항제1호에 따라 조합장 당연 퇴임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을 것인데, 개정되기 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이 부분이 다소 불분명하였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절차 및 준수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여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후 5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경우 피선거권이 없다고 규정되어 있는바(공직선거법 제19조제1호, 제18조제1항제3호), 이 법상의 조합 임원 결격사유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죄와 다른 죄를 경합범으로 처벌하는 경우 형법상 경합범 처리에 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분리하여 선고하도록 함으로써(공직선거법 제18조제3항), 피선거권 자격에 관하여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판결 선고 절차와 방법을 마련하여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공직선거법의 위와 같은 분리선고에 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여 필자는 몇 해 전부터 사단법인 건설법학회 등에서 분리선고에 관한 규정을 이 법에 반드시 신설하여 조합 임원 지위의 불안정을 해소하고, 조합원들의 임원 선출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는 바, 다행히 2021.8.10. 법률 제18388호로 이 법이 개정되어 제43조의2(벌금형의 분리 선고)를 신설함으로써 입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였으니 이로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한층 더 진화하고 발전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개정법 시행 이후 검사 또한 개정법을 준수하여 다른 죄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죄에 대하여 형을 분리하여 구형하여야 할 것이므로, 앞으로 변호인은 위 사안에서 업무상횡령죄의 죄책은 상대적으로 부각시키되 피해금액 변상 및 피해자와 합의 등 정상참작 사유를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죄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을 구형한다는 것은 조합 임원 지위의 박탈까지 함께 구하는 공법상 청구를 형벌을 구형하는 것과 동시에 하는 것이라는 점을 들어서, 임원 지위 박탈이라는 형벌보다 더 가혹한 부가형을 구형하는 것이라는 논리로서 검사와 판사를 설득하여야 할 것입니다.

적자생존, 찰스 다윈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체만이 살아남는다고 하였는데, 법과 규제 또한 끊임없이 진화하고 촘촘해지고 있으므로 변화하는 법에 빠르고 적정하게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선제적으로 법을 바꾸고 개정하는 노력 또한 요구된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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