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지역주택조합 임원(조합장, 이사, 감사)의 임기가 만료되었거나 사임·해임 등의 사유로 임기 도중 업무를 중단하게 된 경우 해당 임원이 조합을 상대로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의외로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짚어보고자 한다.

2. 조합과 임원 사이의 관계(민법상 위임)=먼저 지역주택조합과 임원의 관계는 민법상 고용이 아닌 위임관계에 해당한다.

지역주택조합은 민법상 비법인사단에 해당하는데 민법상 비법인사단과 그 기관인 이사와의 관계에 관하여, 대법원은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하여 설립된 재건축조합은 민법상의 비법인사단에 해당하므로 민법의 법인에 관한 규정 중 법인격을 전제로 하는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이 원칙적으로 준용되고, 민법상 법인과 그 기관인 이사와의 관계는 위임자와 수임자의 법률관계와 같은 것으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면 일단 그 위임관계는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판시하여 양자의 관계를 위임관계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6.10.25. 선고 95다56866 판결, 대법원 2003.7.8. 선고 2000다74817 판결 등 참조).

민법 제686조제1항은 수임인의 보수청구권에 관하여 “수임인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위임인에 대하여 보수를 청구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위임계약상 수임인의 보수는 무보수가 원칙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보수에 관한 특별한 약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조합과의 관계에서 수임인의 지위에 있는 임원들은 그 보수를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위와 같은 결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일 뿐 각종 법적 책임과 강도 높은 업무가 수반되는 임원의 직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무보수로 수행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에 국토교통부 표준규약 역시 “조합은 상근임원 또는 비상근 임원에 대하여 별도로 정하는 보수규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할 수 있으며, 임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발생되는 경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바(표준규약 제21조제1항), 대부분의 지역주택조합들은 규약 내지 규약의 위임을 받은 별도 규정(행정업무규정, 보수규정 등)을 창설하여 보수 지급의 근거를 마련하거나 또는 예산안 편성시 조합임원의 급여에 관한 사항을 조합 운영비에 포함시킨 다음 창립총회에서 이에 관하여 인준을 받는 방식으로 임원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즉, 조합과 임원 사이의 보수청구권은 조합과 임원 사이의 근로계약 또는 고용계약에 기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총회의 의결을 통해 구속력이 발생하는 규약이나 보수규정 등 조합 내부규범 또는 조합원들로부터 승인을 받은 조합운영비 예산안에 기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3. 임원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그렇다면 조합이 퇴직금 지급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두었거나 또는 운영비 편성 때 매달 지급하는 급여 이외에 퇴직금 등의 금원을 별도 지급한다고 정해두었으면, 나중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일까.

우리 대법원은 위임관계에서의 보수청구권이 문제된 사건에서 “주식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이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상법 제382조제2항 참조)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지급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도 이를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이라 할 수 없고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대법원 2001.2.23. 선고 2000다61312 판결 등 참조)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는 지역주택조합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바, 법원 역시 조합규약이나 정관에서 임원에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퇴직금을 지급한다고 정해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재직 중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다만, 액수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산정한다는 약정으로 해석된다)일 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퇴직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9가합102609 본소, 2019가합102616 반소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12.18. 선고 2014가단46382 판결 등 참조).

즉, 명칭을 ‘퇴직금’이라고 정하고 있더라도 그 실질은 재직 중 직무 수행의 대가로서 받는 ‘보수’에 해당하는 것이고, 다만 보수 지급의 방식을 일부는 현직일 때 매달 지급받는 고정 급여의 방식으로 나머지 일부는 퇴직 시에 후급으로 지급하도록 구분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를 정리하면 지역주택조합의 임원은 조합으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은 자로서 본래 근로자라 할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정한 법정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없는 것이고, 단지 조합규약 또는 운영규정 등에 그 근거가 특별히 마련된 경우 등에 한하여 퇴직금 상당액을 보수 조로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결론은 추진위원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4. 관련 판결례=각급 법원 역시 전 조합장에 대한 퇴직금 지급 여부가 문제된 사례에서 “지역주택조합인 피고의 조합장이었던 원고를 근로자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청구는 이유 없다. 나아가 피고의 규약에도 임직원의 보수 및 경비 지급에 관한 규정은 있으나 퇴직금에 관한 규정은 없는 바, 달리 원고와 피고 사이에 퇴직금에 관한 약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부산지방법원 2021.12.24. 선고 2020가단333035 판결)고 판단하거나 “피고의 조합규약 제21조제1항은 ‘조합은 상근임원에 대하여 별도로 정하는 보수규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조합규약에 따라 제정된 피고의 급여규정에는 조합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중략) 그 밖에 피고의 조합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조합의 별도 결의가 있었다거나, 일반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관례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아니한다”(울산지방법원 2022.4.28. 선고 2021가단116926, 2021가단116933 판결)고 판단함으로써 원고의 퇴직금 청구를 배척하고 있다.

5. 결어=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민법상 위임관계에 있는 임원들은 조합규약이나 보수규정에서 퇴직금(그 실질은 보수)에 관한 명시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그에 관하여 총회 의결을 받았거나 또는 급여와 구분되는 퇴직금, 상여금, 수당 등 별도 금원 지급에 관하여 그 지급방식과 기준, 지급대상과 규모를 구체적으로 정하여 이를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별도의 총회 의결을 득한 경우에 한하여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참고적으로 주택법 시행령은 ‘조합임원의 보수’에 관한 사항이 반드시 조합규약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바(제20조제2항제5호), 이는 조합 임원이 자의에 의해 임원의 보수를 책정함으로써 조합 재정을 저해하거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단을 방지하여 조합원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주택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이다.

조합 임원이었던 자가 적법한 절차 없이 퇴직금, 상여금 등을 수령해가는 경우 이는 법률상 원인이 없어 사법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업무상 횡령 등 형사책임의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