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조합원의 권리, 의무와 관련한 수많은 규정들이 있지만, 도시정비법 제124조제4항의 정보공개청구권만큼 조합과 조합집행부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하 ‘비대위 조합원들’라 칭한다) 간에 치열한 수싸움이 발생하는 규정도 드문 것 같다.

비대위 조합원들은 법원에서 도시정비법 제124조제4항이 보호하는 알권리의 범위를 상대적으로 넓게 해석하고 있는 점, 법령상 공개대상인지 불분명한 자료들을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청구권자인 조합원에게는 별다른 법적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점, 특정 자료에 대한 비공개처분이 있을 경우 이를 문제삼아 조합장에게 도시정비법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점 등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비대위 조합원들의 이와 같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실무상 조합이 적극적으로 비공개처분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보니, 조합에서는 정보공개요청에 일단 응하면서도 조합원들로부터 여러 가지 반대 조건이 담긴 서면을 수령증이나 이행각서 등의 형태로 받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조합원들이 해당 자료를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하곤 하는데, 이는 도시정비법 제124조제6항을 반영한 것이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

다만, 조합에서 특정기간(2~4주 정도)을 정하여 해당 기간이 도과하면 공개된 자료를 조합에 반환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조건이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발생한다.

도시정비법 제124조는 조합의 자료공개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는 바, 도시정비법 제124조 및 위 법의 위임을 받은 하위법령의 강행규정성을 인정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또한 도시정비법 제124조는 자료의 공개방법이나 공개기한을 정관등에서 따로 규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 이는 도시정비법이 총회, 대의원회의 의결방법 등을 정관에 위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여, 정보공개의 경우 조합이 임의로 조합원의 알권리를 제한 또는 축소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입법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조합이 정보공개시 조합원들로부터 수령증이나 이행각서를 받으면서, 공개된 자료를 일정기간 후 조합에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도시정비법 제124조의 취지에 반하여 무효라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는 조합이 총회의결을 거쳐 조합정관에 도시정비법 제124조제4항에 따라 공개된 자료의 반환의무를 규정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정관은 도시정비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조합사무를 규율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정관 규정이 도시정비법령에 반하는 경우 해당 정관은 총회 의결을 거쳤는지와 무관하게 무효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조합이 수령증이나 이행각서에 공개된 자료를 일정 기간 후 반환하도록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라 해당 조합원에게 자료의 반환을 요구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이러한 취지의 이행각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한다면 도시정비법 제124조제4항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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