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합장이 정비구역 내 실제 거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이 나오고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장은 선임 전 1년 이상, 선임 후에는 관리처분인가일까지 정비구역에 거주하도록 정한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장에게 정비구역 거주의무를 부여한 이유는 구역의 특수성과 주민들의 성향이나 의견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사업을 이끌어가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 2019년 4월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추가된 규정으로, 기존에는 조합장에 대한 거주·소유 의무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조합장이 정비구역 내 거주함에 따른 장점은 인정할 수 있다. 아무래도 주민들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구역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법대로 거주의무가 조합장의 필수항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단순히 어디에 거주하느냐가 정비사업의 전문성이나 구역의 특성을 이해하는 능력을 담보한다고 보긴 어렵다. 해당 규정의 취지대로 조합장이 반드시 거주해야 한다면 전문조합관리인도 거주의무에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다시 말해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당연히 사람이 거주하기엔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입법권자가 실제 재개발 현장을 방문해봤다면 거주의무를 쉽게 입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비구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낙후 정도가 심한 곳은 일반인들이 상상조차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재개발구역 내에 공가가 많은 이유는 도저히 인간이 살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살기 어려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토지등소유자는 조합장이 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장 허물어질 위기에 놓여있거나,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주택에 거주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합장이 되기 위해서는 위험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다.

대한민국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국가다. 당장 국회의원만 하더라도 지역구에서 반드시 거주해야 할 의무가 없다. 지역민들의 불편함이나 민생을 살피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헌법에서 정한 기본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자의 탁상행정에 일선 현장에서는 논란만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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