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지금처럼 현실과 동 떨어진 매입가가 아닌 어느 정도 합당한 가격 책정만 되면 얼마든지 사업 진행이 가능합니다. 지금도 점점 높아지는 공사비와 금리 등으로 인해 많은 조합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舊 뉴스테이)를 추진 중인 한 조합 관계자의 말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추진하는 구역은 총 13곳, 해당 조합원만 약 8,800명에 달한다.

이 중 6개 조합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지난 18일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런 배경에는 HUG가 결정한 매입가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에 그치면서 사업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이 크다.

대다수의 조합은 이주·철거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상황으로 착공 시점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매입가가 정해지는 매매예약 시점이 사업시행인가 기준이다.

이로 인해 사업시행인가부터 착공시기까지의 물가인상 등이 고려되지 않은 매입가로는 공사에 착수할 수 없다는 것이 해당 조합장들의 설명이다. 일례로 한 사업장의 매입가는 인근 민간 재개발구역 일반분양가인 평당 1,500만원 가량의 60%에 불과한 약 900만원 대에 책정됐다.

 

▲핵심은 매매예약 시점… 현행 기준인 사업시행인가는 현실적인 매입가 책정이 불가능해

공공지원 민간임대 추진 조합들은 현행 기준으로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어려워 집단 행동에 나섰다. 조합들은 핵심이 매매예약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각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매매예약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조합의 일반분양분 아파트 매입가가 결정된다. 문제는 착공 등 마무리 시점이 아닌 중간과정의 사업시행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삼다보니 물가·분양가·공사비 상승 등 사업성과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일반분양은 착공 시점에 진행되지만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을 매입하는 임대사업자는 사업시행인가 시점 기준의 저렴한 매입가에 주택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은 천재지변 및 국제 정세 등에 따라 급증한 사업비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매입가 문제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자 △파주시금촌2동제2지구 △금촌율목지구 △전도관구역 △금송구역 △세교1구역 △누문구역 △미추8구역 △십정5구역 △서대구지구 등이 힘을 모았다. 전도관구역, 파주시금촌2동제2지구 등 조합은 지난 18일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9개 조합이 공동 서명한 청원서를 전달하고 현실적인 매입가 책정을 골자로 한 관계자 면담을 진행했다.

각 조합들은 매입가가 확정되는 매매예약 또는 매매계약 체결 시점을 착공시점으로 변경해 총 사업비 증가분을 임대사업자도 함께 부담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A조합 관계자는 “조합의 요구는 매입가를 현 시점 기준의 일반분양가에 맞춰달라는 것이 아니며, 증가된 공사비 등 사업비만이라도 현실화해 조합원의 부담을 덜어달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토부 입장은 예산이 부족하고, 매입가를 올려줄 경우 민간이 이득을 다 가져간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인 문제를 바로 잡아 공공지원민간임대 정책 사업의 취지를 살리고 정부를 믿고 사업을 진행해온 조합에 피해가 발생되지 않게 협의를 통한 제도 개선이 신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추진 조합 관계자들 [사진=이호준 기자]
공공지원 민간임대 추진 조합 관계자들 [사진=이호준 기자]

▲역대급 공사비 인플레이션, 현실성 없는 매입가, 사업 지연 삼중고 겪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 조합원들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선택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들은 삼중고에 빠졌다. 주된 문제는 공사비 급등, 현실과 동 떨어진 매입가, 사업 지연으로 인한 이자 부담 등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발발한 러·우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값·유류비 등이 폭등했고, 공사인력 인건비도 동반 상승함에 따라 공사비가 크게 올랐다. 서울 강남지역의 소규모재건축 현장의 경우 3.3㎡당 1,153만원 가량의 공사비가 책정되면서 유례없는 ‘공사비 1,000만원 시대’가 도래하기도 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추진하는 사업장들의 대부분은 최근 1년 반~2년 간 예상 공사비가 약 120%~130% 정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현실성 없게 책정된 매입가도 사업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실제로 B현장에 책정된 일반분양분 매입가는 3.3㎡당 909만원이다. 인근 C현장도 비슷한 수준인 3.3㎡당 919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공지원 민간임대가 아닌 민간 재개발을 추진한 인근 구역의 일반분양가는 3.3㎡당 1,495만원을 기록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현장은 약 6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관내 D현장의 경우도 매입가가 3.3㎡당 1,370만원인데 반해 인근 구역의 일반분양가는 3.3㎡당 2,150만원을 기록했다.

조합들은 이런 규모의 매입가로는 사업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사비가 늘어남에 따라 사업비는 크게 늘어났지만 수입원인 매입가는 그대로인 탓이다.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그로 인해 금융비용에 대한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게 되면서 제도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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