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자료=한국주택경제DB]
부산지방법원 [자료=한국주택경제DB]

재개발을 통해 건설된 아파트가 주택이 아닌 종교시설의 일조권을 침해했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최근 법원이 사제와 수녀 등이 거주하는 성당에 수인한도가 넘는 일조방해가 있었다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부산지방법원 제8민사부(재판장 조정민)는 지난달 20일 한 종교 재단법인이 부산진구의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조권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종교인이 거주하는 생활공간으로 사용되는 시설은 사실상 주택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성당은 지난 1999년 6월 준공된 이후 2009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증축 및 용도 변경한 건축물이다. 해당 성당에는 사제와 수녀들이 생활하는 사제관과 수녀관, 종교집회시설인 본당과 부속건물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인근 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재개발을 통해 지상28~36층 높이의 아파트 6개동을 건설하자 성당이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와 생활이익 침해, 사생활 침해 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조합은 종교시설은 주거지역을 기준으로 한 생활이익과 같은 정도의 일조권을 향유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주택에 관한 일조권 침해와 동일하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재개발 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통상적인 일조권 수인한도 기준을 넘어서는 만큼 일조방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일조권에 대한 감정 결과 성당에서 사제와 수녀가 거주하는 생활공간의 경우 일조량이 아파트 신축 이후 최소 1시간 23분에서 최대 2시간 45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공간은 대부분 3종 일반주거지역에 지어진 건물인데다, 사제와 수녀들에게 보장되어야 할 최소한의 주거환경 기준이 일반주택과 다르다고 보기 어려워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종교적 활동 공간 등 거주 생활공간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일조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조권은 주로 쾌적한 환경을 누리기 위한 거주자의 이익이 보장되는 권리인데, 종교적 활동을 위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상당한 양의 일조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일조방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통상적인 주거용 건물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더불어 위자료 청구권에 대해서도 종교법인인 원고가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방해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또 천공조망 등 생활이익 침해와 사생활 침해로 인한 손해의 경우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가 발생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원고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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