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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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에게 정비사업으로 인한 예상 하수발생량만을 기준으로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정비사업 시행 이전과 비교해 하수발생량이 증가해 실제 공공하수도의 신설·증설이 필요한지 등을 확인해 부담금을 부과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지난 1월 영등포구 A재개발조합이 구청을 상대로 낸 ‘하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 무효 확인 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조합은 지난 2013년 4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데 이어 2014년 8월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9년 3월 준공인가 고시가 이뤄짐에 따라 같은 해 5월 최종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관리처분계획에 따르면 구역 내 기존 건축물은 199동으로 1,598가구(3,944명)가 거주했지만, 재개발은 통해 공동주택 612가구와 부대복리시설 1동을 신축했다.

이에 따라 구청은 신축 공동주택과 상가 등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수량을 근거로 약 2억6,000만원의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고시했고, 조합은 부담금을 모두 납부한 후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조합은 구청이 사업시행계획인가 당시 사업구역 일대에 199동의 기존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기존 건축물의 하수발생량을 공제하지 않은 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하수도조례에서는 기존 하수량을 제외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공제할 하수량의 증명책임이 구청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구청은 조례 규정은 조합이 기존 건축물의 하수발생량 제외를 요청·신청해야 조사해 제외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즉 사업시행계획인가 당시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의 개략적인 금액과 기존 건축물의 하수량 공제를 위한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고지했음에도 준공인가를 받기 위해 부담금을 전부 납부했기 때문에 조합에게 과실의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합이 기존 건축물에서 발생한 하수량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하수발생량을 공제하지 않은 채 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정비사업으로 신축되는 공동주택 등 건축물의 면적이나 인구수에 근거해 산출한 ‘예상 하수발생량’만을 기준으로 원인자부담금을 산정해 부과한 것은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즉 정비사업으로 인한 인구 증가 여부와 이에 따른 하수발생량 증가 여부, 공공하수도의 신설·증설이 필요한지 여부 등에 대해 확인한 후 실제 필요 공사비용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산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수도법이나 하수도조례 등에는 기존 하수발생량을 제외하고도 하수발생량이 있을 것을 전제로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구청이 하수발생량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하수도법을 위반해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에게 부과처분한 약 2억6,000만원 규모의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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