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02년 제정 이후 70번이 넘는 개정이 진행되면서 ‘누더기 법안’이라는 오명을 받았지만, 법령 전체를 새롭게 정비하는 전부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제정 당시 88개조 273항이었던 도시정비법은 전부개정 직전에는 법조문이 117개조 423항으로 크게 늘어났다. 수많은 개정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조문이 중간에 끼어들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정비사업의 절차법’이라는 목적을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후 전부개정을 통해 묵은 떼를 벗겨냈지만, 누더기 옷을 다시 입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과 4년 만에 13번의 개정이 진행된 데다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만도 무려 18개에 달한다. 전부개정 이후 일부개정을 통해 추가된 내용과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의 주요 사항을 모아봤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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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자 처벌 강화·공공정비사업 도입·관리처분 검증 등 정부 정책에 따라 도시정비법도 개정

도시정비법 전부개정 이후에도 지속적인 개정이 이뤄진 이유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규제가 강화되거나, 공공정비사업이 도입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우선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를 막기 위해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지난 2018년 10월 개정된 법안에는 건설업자가 금품·향응 제공 등의 위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시공자 선정을 취소할 수 있으며, 대규모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해당 건설업자에 대해서는 최대 2년간 정비사업 입찰참여를 금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방안도 나왔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조합원은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조합원 지위가 금지되고, 조합원 분양을 받았다면 다른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분양 신청도 불가능해졌다. 재건축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 수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1주택 공급만 가능하다.

정비사업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도 새롭게 시행됐다. 관리처분계획이나 공사비에 대한 검증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관리처분계획의 경우 조합원 분담규모가 20% 이상 늘었거나, 조합원 1/5 이상이 검증을 요청하는 등의 경우에는 검증을 받아야 한다.

공사비도 토지등소유자 1/5 이상이 검증 의뢰를 요청하거나, 시공자 선정 시기에 따라 공사비가 5~10%(사업시행인가 전 10%, 사업시행인가 후 5%) 이상 증가한 경우 검증대상이 된다.

또 조합임원의 자격도 강화돼 선임 직전 3년 동안 정비구역 내 1년 이상 거주하거나, 5년 이상 소유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특히 조합장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때까지 구역 내에 거주하도록 했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일환으로 도입한 공공정비사업에 대한 근거 규정도 마련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도시정비법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택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대신 공공주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비대면 총회를 위한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전자투표 시 직접 참석으로 인정하는 개정안도 지난해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아직 18개 개정안 더 남았다… 공공직접정비사업·불법 건설사 영구퇴출·안전진단 등 주요 쟁점

국회에는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입과 불법 건설사 영구퇴출, 안전진단기준 완화 등 주요 쟁점 사안을 담은 도시정비법 일부개정안들이 적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주택공급 확대방안으로 공공정비사업보다 공공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택공급량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제도다. 정부가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을 발표함에 따라 지난해 2월 법안이 제출됐지만, 여·야의 이견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시공자 처벌을 보다 강화하는 법안들도 다수 계류 중이다. 건설업자가 수주비리를 저지른 경우 전국의 정비사업 입찰이 불가능해지고, 10년 동안 2회 이상 적발되면 영구적으로 퇴출하는 등의 강력한 처벌을 담은 개정안이 소관위에 제출됐다. 또 건설업자가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고, 조합의 규모에 관계없이 경쟁입찰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재건축의 최대 이슈인 안전진단에 대한 개정법률안도 다수 제출된 상태다. 우선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노후·불량건축물 연한을 20년으로 완화하고, 내진성능과 소방시설 기준에 미흡한 건축물은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의 개정법이 나왔다. 또 정비계획 입안권자인 기초자치단체장이 안전진단과 무관하게 지역 여건을 고려해 재건축에 대한 입안계획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있다. 더불어 국토교통부장관이 안전진단 기준을 고시할 경우 시·도지사의 의견을 들어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하도록 내용을 담은 개정안도 대기 중이다. 이밖에도 조합임원 해임총회 시 1/5 이상의 발의가 필요하고, 시공자 변경 시에도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해야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도 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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