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 27일 발효됐다. 시행을 앞둔 새해 초에 광주광역시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목격하고서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법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이 공표되어 법령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아무리 읽어 봐도 구체적인 적용범위나 내용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게 설명할 수가 없다. 엄청나게 다양한 현상을 짧은 법령에 처음으로 담다보니 생기는 혼란이다. 제도가 정착되고 법규가 다듬어지면 의사결정 기준이 보다 분명해 지고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면서 실효성 있는 규범으로 정착될 것이다.

동법이 정비사업에는 어떻게 적용될까. 여기서 모든 내용을 설명하면서 적용범위를 검토해 볼 수는 없지만, 정비사업조합이라면 최소한 이주가 이루어지는 시기부터는 적용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해 볼 수 있다.

동법은 사업주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주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사업주란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나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를 의미한다. 정비사업조합은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에 해당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동법이 규정하는 안전 등 확보의무를 부담하고, 그에 위반하여 발생된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책임 주체가 된다. 이때 조합 자체가 사업주로서 책임을 지기도 하고, 조합장이 동법의 ‘경영책임자 등’의 지위에서 책임을 진다.

정비사업조합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관하여 안전 등 확보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조합은 동법상의 세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대부분 이주를 하였으나 아직까지 시공자에게 현장이 인도되기 전이라면 이 단계에서 조합은 현장에 대해 안전 등 확보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조합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현장을 시공자에게 인도하고 시공자가 그 현장을 점유하는 경우는 어떤가. 동법은 “사업주가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비록 제3자에게 도급을 준 때에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한다. 결국 조합이 시공자에게 공사도급을 주고 현장을 완전히 인도하여 조합이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 책임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안전 등 확보의무를 면한다. 만일 조합이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한다면 조합도 안전 등 확보의무를 부담하고, 시공자도 그 의무를 부담한다.

조합에게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 책임이 있는지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조합과 시공자의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나아가 계약 내용 외에도 실제로 조합이 공사 과정에 관여를 하였는지, 어느 정도 관여하였는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공사 준공 이후 단계에서 조합이 일반시민재해에 대해 책임을 질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동법이 정한 공중이용시설을 조합이 점유, 관리하는 과정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안전 등 확보의무가 매우 폭 넓게 인정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도 향후 동법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답답한 현실이지만, 결국은 ‘사업자’로서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주체가 짊어질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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