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누적수주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집계됐던 18조원을 넘어 최대치를 갱신할 전망이다.

올해를 두 달 남짓 앞두고 3조 클럽 가입을 가시권에 두고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등이다. 수주 1위는 시공자 선정 총회가 열리는 주말이 지나면 매주 뒤바뀌고 있다.

왕좌를 넘보는 건설사들은 막판 실적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경쟁이 예상되는 곳은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과 노원구 백사마을, 경기 과천주공5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총 공사비만 적게는 약 4,300억원에서 약 6,2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장으로 평가 받는다. 막판 뒤집기 한 판을 노리는 대형사들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만한 사업장들이다.

수주킹이라는 목표 달성도 좋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과당경쟁 자정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비사업은 비리의 온상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시공자 선정 등 수주전이 발생하면 불필요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부정적인 시선이 이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의 한 대형 사업장에서는 과당경쟁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권고했고, 검찰수사도 진행됐다. 이러한 사례를 포함해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는 금품·향응제공 등 사회적 문제가 불거져왔던 게 사실이다.

이는 곧 정부 규제로 이어졌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분양가상한제, 금융 등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이후 구도심 유일한 주택공급 수단인 정비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졌다. 그리고 주택공급 부족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공급이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집값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주택공급 확대가 절실한 시기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려면 구도심 주택공급이 가능한 정비사업 활성화가 답이다. 연말 공사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장들이 연이어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적당한 사업제안은 필요하지만 편법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과당경쟁으로 정비사업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규제가 가해져서는 안 될 일이다. 건설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로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3조 클럽 가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길 바란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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