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조합은 최초의 사업시행계획 인가 후 실시한 분양신청을 통해 조합원들의 정비사업에 대한 참여 의사를 확인한다. 그런데, 정비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사업성 증대나 규제완화 등을 이유로 최초의 사업시행계획 수립 때 확정한 세대수나 주택규모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되면, 조합은 평형변경 절차나 재분양신청 절차를 거쳐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에 맞게 조합원들의 분양신청 내용을 조정한다. 조합이 평형변경 절차를 거친다면 조합원들은 조합원 지위를 유지한 채 공동주택의 평형을 변경할 기회만 갖게 되고, 조합이 재분양신청 절차를 거친다면 평형변경 기회와 더불어 현금청산자가 될 기회도 갖게 된다.

재개발 정비사업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의 미비로 현금청산자에게 상당한 지연가산금이 발생하던 3~4년 전까지만 해도, 조합이 세대수 변경등을 이유로 재분양신청 절차 대신 평형변경 절차를 실시하면, 현금청산자가 되고 싶어하는 조합원들이 “조합이 평형변경 절차만 실시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도시정비법 제72조제6항의 투기과열지구 재당첨제한 규정을 적용시키기 위해 조합에게 평형변경 절차 대신 재분양신청 절차를 거치도록 압박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 투기규제 정책에 지자체가 협조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으나, 근거없이 평형변경 절차를 부정하는 처사는 다소 부당해 보인다.

도시정비법은 2017년 2월 8일 법률 제14567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까지 평형변경 절차와 재분양신청 절차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업시행계획의 변경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합의 비용부담등에 관하여 그것이 당초 사업시행계획의 내용을 실질적 변경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재분양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았다(서울행정법원 2014.9.19. 선고).

그런데, 전부개정된 도시정비법 제72조는 제4항에서 재분양신청의 요건과 절차만을 신설했다. 위와 같이 재분양신청 개념만 전면 개정법률에 규정한 것을 두고, 일부 지자체는 기존에 조합이 재량으로 실시하던 평형변경을 부정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부당한 법률해석이다.

법원은 일관되게 평형변경 절차를 기존의 분양신청을 전제로 한 부수적인 절차로 정의한다.

즉, 정비사업에 대한 참여의사를 묻는 분양신청절차와 구별하여 독립적인 개념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평형변경 절차가 도시정비법에 직접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가 세대수나 주택규모에 변경이 발생한 조합에게 평형변경 절차를 허용하지 않고 재분양신청 절차를 강요하면, 최초의 사업시행계획 수립 시점에 투기과열지구가 아니었다가 사업시행계획 변경 시점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조합의 조합원에게 불측의 경제적 손해가 발생한다. 위 조합원이 재분양신청기간으로부터 5년 이내에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을 받았다면, 한순간에 재당첨제한 사유에 해당하여 현금청산을 받게 된다. 투기규제란 목적을 위해 법 문언과 판례의 해석을 벗어나 조합의 평형변경 업무를 부정하고 재분양신청 절차만 강요할 경우, 이는 재분양당첨 제한규정(도시정비법 제72조 제6항)의 적용범위를 축소한 부칙 제4조를 무시하고 사실상 지자체가 이를 소급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존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

따라서 도시정비법 제72조제4항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세대수나 주택규모의 변경이 있는 경우 평형변경 절차와 재분양신청 절차 중 무엇을 택할지는 여전히 조합의 재량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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