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은 ‘임의가입제’라는 점에서 ‘강제가입제’를 택하고 있는 다른 정비사업과 구별된다. 


‘임의가입제’라는 것은 토지등소유자의 선택에 따라 조합가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조합설립에 동의하여 조합에 가입할 수도, 동의서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조합에 가입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권이 토지등소유자에 부여되어 있는 구조다. 


재건축조합설립 전 단계에서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해당 토지등소유자는 어떻게 취급될까. 


도시정비법은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토지등소유자를 상대로 재건축조합의 매도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매도청구라는 것은 토지등소유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조합의 일방적 청구에 의하여 토지소유권에 관한 매매계약 성립을 의제하는 제도이기에 그 효과에 있어 사실상 수용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매도청구제도로 인하여 조합설립 이후 미동의자가 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설립동의서를 언제까지 제출할 수 있느냐에 관하여 직접 규정하지 않고 다만 조합원의 자격, 조합원의 제명·탈퇴 및 교체에 관한 사항을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미동의자가 언제까지 조합에 가입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각 조합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표준정관은 분양신청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함으로써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조합이 이를 수정 없이 정관에 수용하고 있다. 


이 같은 정관내용에 근거하여 일부 행정청에서는 조합설립 당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무방하며 분양신청기한까지는 얼마든지 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정관은 일반 법규와는 달리 조합이라는 특정 단체의 내부적 규약에 불과하다. 당연하게도 조합설립에 동의한 조합원들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이다. 


정관이 미동의자에게 분양신청기한까지 동의서를 제출하고 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더라도 이는 조합내부의 업무처리 지침의 의미를 가질 뿐 비조합원의 조합가입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조합의 정관은 비조합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조합원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동의서제출기한을 단축한다든가 아예 조합설립 이후 동의서 제출을 통한 조합가입을 불허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할 경우 조합설립 이전에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미동의자의 조합 가입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될 수밖에 없다. 


한편 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토지등소유자들이 그 소유권을 상실하게 될 경우에도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할 수 없게 됨은 물론이다.


이와 같이 도시정비법의 매도청구 제도를 통해 소유권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 정관의 규정은 비조합원에게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 조합원들의 의사만으로 정관의 개정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조합설립 이후 미동의자의 조합 가입 기회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청이 정관규정만을 근거로 분양신청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함으로써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안내하는 것은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의 오해를 초래해 추진위원회의 조합설립동의서 징구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조합설립 이후 미동의자의 조합가입 허용 여부는 전적으로 조합이 정관으로 정하기 나름이며 결코 미동의자가 권리로써 주장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토지등소유자는 반드시 조합설립 이전부터 동의서 제출 여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