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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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에 나서면서 정책 방향을 규제 위주에서 정비사업 활성화 기조로 전환했다. 최근 2·4부동산 대책으로 정비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민간의 선택지는 다양해졌다. 민간이 단독으로 시행하거나 관과 함께 추진하는 방식에 더해 공공이 직접 주도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주민 참여도에 따라 사업 추진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은 전체 1/2 이상의 동의로 시작해 전체 토지등소유자 2/3 이상, 면적 1/2 이상을 충족해야 본격적인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즉, 주민 참여율이 높아야 사업 추진이 가능한 구조다. 다만, 주민 참여율이 높을 지에 대해 시장 전망이 밝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자율성과 고급화, 기대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민간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본지는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 등 5인의 전문가들에게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자료 |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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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서 공급으로의 정책 방향 전환에 시장 평가는 ‘긍정적’,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수급불균형 해소 기대… 일부는 기존 민간 정비사업 정착 틀 바꾸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에 방점을 둔 2·4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섰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을 통한 구도심 주택공급 확대로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서울의 경우 주택공급 방안은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대책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침이 부동산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으로 노후 단지들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높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질 경우 시장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은 준공 26년 이상 아파트가 약 32%로 점점 노후 단지들이 늘고 있는 반면, 정비사업 규제 장기화에 따라 신규 주택공급은 줄어들고 있다”며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수급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당초 규제 위주에서 주택공급으로 기조를 전환한 정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지속적인 주택공급 확대 방침은 주택난 부족 우려에 따라 내 집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진행해왔던 만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시장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은 주민결의체인 조합방식을 통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구조가 이미 정착됐다”며 “공공이 주도한다는 제약적인 활성화 방안은 시장에 안착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자율성·고급화 보장 가능하다는 인식 심어줘서 주민 참여도 높여야… 기존 민간 정비사업도 공공 주도 방식과 형평성 고려한 초과이익환수 등 규제완화 필요성도 제기=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주민 참여가 관건이 만큼 동의율 충족을 위한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아파트 품질과 기대수익 보장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점이 꼽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은 “정비사업을 공공이 주도할 경우 주민들이 시공자를 직접 선정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아파트 품질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의견도 많다”며 “아파트 고급화는 물론, 협력업체 선정 등 중요한 사안들의 경우 주민이 주도할 수 있다는 자율성 보장을 강조하면서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선임연구위원도 “사업 초기 단계에서 기대수익에 대한 확실한 보장 장치를 마련해야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사업 참여로 유도할 수 있다”며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에 앞서 의사결정 단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거나 공공이 주도했을 경우 사업성 및 주민부담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 정비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면서 기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비사업의 주체는 주민이기 때문에 공공이 주도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토지등소유자가 직접 시행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형평성을 고려하면 민간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에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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