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코로나.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총회 개최를 준비하는 이들의 시름이 깊다. 감염병 확산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그 경우 총회에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보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마련되었지만 언제 통과되어 시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황. 바꾸어 말하면, 현행법상으로는 코로나 상황이든 다른 어떤 재난 상황이든 간에 총회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접 출석 의무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총회를 막으려는 쪽에서는 총회장의 대관 취소를 요구하는 등 총회 장소 섭외부터 어렵게 만드는 일이 잦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그러자 총회를 개최하려는 쪽에서는 총회 장소 물색에 애를 먹다가 급기야 묘안(?)을 짜내기에 이른다.

장소를 바꿔 조합원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장소, 예를 들어 ‘스터디 카페’ 같은 곳을 총회장으로 정하고 그곳에 극소수의 조합원만 입장한 상태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조합원이 수천 명에 이르므로 스터디 카페는 직접 출석이 필요한 10%의 조합원이 들어가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총회를 개최한다. 이러한 총회가 유효한지는 나중 문제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차적 요건의 충족 여부는 회의록의 기재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판례이므로, 회의록만 잘 기재되면 향후 제기될 총회 효력 다툼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 총회를 개최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토론의 장이 마련된 것처럼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총회장이 비좁으니 출석체크만 하고 돌아가도록 안내하고, 조합원들도 총회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 무척 간편하다.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조합원들은 각자 편한 시간에 와서 참석자 명부에 서명만 하고 갔으므로 실제로는 이들이 총회장에 단 한 순간도 같이 모였던 적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모아진 조합원들의 서명을 계산하여 회의록에 ‘직접 참석자의 수’로 기재한다. 수백 명의 조합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함에도 회의록에는 ‘들어올 사람은 들어와서 발언해도 된다’는 사회자의 멘트를 남긴다. 그리고 실시간 생중계함으로써, 실질적인 발언의 기회를 주었다고 주장할 외관을 갖추어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인 비상 상황이 그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면서.

이렇게 개최된 총회의 효력은 유효할까. 총회의 효력이 법원에서 다투어지자, 총회를 개최한 측에서는 코로나라는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발언 기회를 제공했고 총회를 생중계함으로써 실질적인 토론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떠했을까.

법원은 이렇게 개최된 총회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보아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결의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재판부가 총회결의를 무효로 본 근거는 ‘소집통지의 하자’, 즉 변경된 총회 일시·장소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직접 출석 등 나머지 하자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가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이 총회결의의 효력을 무효라고 보면서 이례적으로 ‘본안판결의 확정시’까지 결의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은, 단순히 소집통지의 하자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없는 방식으로 개최된 총회는 회의의 본질이나 핵심적 존재가치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근본적인 고려 없이는 나오기 힘든 결론이기 때문이다.

출석체크만 하고 돌아가는 총회진행 방법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리고 싶지 않다면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코로나 상황이라도 회의체의 본질에 반하는 총회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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