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에서 ‘고진감래’로 기억될 재개발구역이 있다. 바로 중앙생활권3구역이 그 주인공이다. 재개발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흔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조합원 수 대비 일반분양물량이다. 물론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조합원이 적고 일반분양이 많다면 비교적 사업성이 높은 측에 속한다. 반대로 조합원이 많고 일반분양이 적다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앙생활권3구역은 후자에 속하는 곳이다.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다 보니 당연히 조합원수가 많은 상황이다. 때문에 재개발 시작 전부터 ‘망한 사업장’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인근 구역에 편입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법도 추진했지만, 해당 구역 주민들이 사업성 하락을 우려해 반대했을 정도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현재 중앙생활권3구역은 ‘의정부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이라는 단지로 탈바꿈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미 일반분양에서도 의정부 최고분양가를 경신하고도 높은 경쟁률로 청약마감에 성공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덕균 중앙생활권3구역 재개발 조합장을 만나 사업 성공 비법을 물었다.

신덕균 조합장 | 중앙생활권3구역 재개발[사진=심민규 기자]
신덕균 조합장 | 중앙생활권3구역 재개발[사진=심민규 기자]

▲중앙생활권3구역을 재개발하는 ‘의정부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이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그동안 의정부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에서 최고가로 분양했음에도 좋은 결과를 받아들었는데=의정부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의 일반분양가격은 평균 1,560만원대로 의정부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에서는 최고 분양가다. 의정부에서 가장 최근에 분양한데다, 아파트 브랜드나 품질 면에서도 최고 수준인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오히려 HUG의 분양보증심사가 아니었다면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최고 77대 1, 평균 2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된 만큼 분양가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사실 분양가를 더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정부의 정책인 만큼 상향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사업이 늦어질 경우 금융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을 마치고 신속하게 재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판단했다.

▲당초 인근 구역에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독자적인 재개발이 가능한 면적임에도 편입을 요구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우리 구역은 연립, 다세대주택이 많아 면적 대비 토지등소유자가 많은 상황이다. 즉 일반분양물량이 많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인근 구역과 통합해 재개발을 하면 일정 부분 사업성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편입 구역도 대규모 개발을 진행하면 사업성이 더 올라가기 때문에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재개발을 통해 개인적인 욕심을 부릴 생각이었다면 편입 요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근 구역에 추진위원회나 조합의 임원으로 출마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해당 구역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면적 대비 증가하는 조합원이 많아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었다. 결국 편입은 없었던 일이 됐고, 각자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됐다.

중앙생활권3구역 재개발 모델하우스 [사진=심민규 기자]
중앙생활권3구역 재개발 모델하우스 [사진=심민규 기자]

▲사업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재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다세대주택이 많아 조합원이 많다는 점은 재개발에서 치명적인 약점과도 같다. 실제로 당시 개략적인 사업성을 판단한 결과 비례율이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마 누구라도 절망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재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인근 구역들이 재개발을 진행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우리 구역은 더욱 낙후된 지역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의서 징구 당시 주변 사람들은 물론 건설사 등 협력업체조차 “사업이 불가능한 곳”이라 판단했다. 일부 사람들은 “미쳤다”고도 했다. 뻔히 망할 사업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추진하느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희망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의정부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 조감도 [사진=중앙생활권3구역 재개발 조합 제공]
의정부역 푸르지오 더 센트럴 조감도 [사진=중앙생활권3구역 재개발 조합 제공]

▲의정부 내 재개발, 뉴타운구역들이 대거 해제되는 상황을 겪었다. 그럼에도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재개발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들에게 구역의 상황을 제대로 알렸다. 개략적인 사업계획과 비례율 등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비례율을 공개하고, 주민들이 재개발 추진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대신 재개발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면 최대한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약속드렸다. 아마 일반적인 경우라면 재개발을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가칭 추진위원회를 믿어주셨다. 실제로 동의서를 징구한지 불과 한 달만에 82%의 동의를 받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수 있었을 정도다. 이렇게 어렵게 재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오히려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상당수의 재개발구역들이 해제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주민들이 단합한 덕분에 현재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를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소위 “잘해야 본전, 못하면 독박”인 상황이었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땅 한평이라도 더 찾아오겠다는 일념으로 일했다. 젊은 사람들이 쓰는 표현으로 사업성을 ‘영끌’한 셈이다. 우선 2종일반주거지역을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사업초기 단계에서부터 의정부시와 경기도를 설득해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업무를 진행했다. 당시 침수피해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재해지역이기 때문에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 결과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된 것은 물론 최초로 용적률 300%를 적용하는 사업장이 됐다. 더불어 도로 등 기부채납을 최소화해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했다. 여기에 분양시장이 안정화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일반분양가격이 상승하면서 비례율을 100% 이상으로 상향할 수 있었다. 남들이 ‘미쳤다’고 한 재개발사업이 이젠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지난 16년간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닥치면서 사업자금을 지원 받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 당시 사비를 들여 사무실을 꾸려가야 했다. 자금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개인적으로 비용을 내는 것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당시 사무실 직원에게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말했다. 더 이상 월급을 줄 돈이 없다고, 언제 급여를 줄 수 있다는 약속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직원은 그 다음날에도 출근해 차분하게 업무를 이어갔다. 급여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을 텐데 수개월 동안 일을 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당시 그 직원이 그만뒀다면, 사업을 포기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밀린 급여를 모두 지급했지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더불어 조합을 믿고 묵묵히 기다려주신 모든 조합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조합원이 최고의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도록 사업을 마치는 날까지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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