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에 가까운 공사비로 시공자 선정에 관한 한 목하 가장 뜨거운 재개발 현장이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시공자 선정 절차의 적법성을 전격 점검하고 형사고발 조치까지 나아감으로써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한강을 북쪽으로 접한 한남3구역이다.

당시 서울시와 국토부는 ‘사업비·이주비 등의 무이자 지원, 일반분양가 보장, 특화설계’ 등의 시공자 제안을 도시정비법 위반, 입찰방해죄, 표시광고법 위반 등으로 고발조치 했었다. 물론 검찰은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애당초 입찰방해나 허위·과장광고 등의 혐의는 현실적으로 무리한 고소였다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무이자 이주비 제안은 명확한 계약업무 처리기준 위반이라 형사적 처벌로 이어질지 업계 전체가 관심을 기울인 이슈였다.

계약업무 처리규정 위반과 연결될 수 있는 도시정비법 처벌규정은 둘이다. 먼저 경쟁입찰 위반을 벌하는 도시정비법 제136조.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계약 방법과 업체선정에 관한 도시정비법 제29조의 위임을 받아 그 구체적 사항을 정한 것이기에 계약업무 처리기준 위반은 곧 도시정비법 제29조 위반일 가능성이 있고 이를 벌하는 도시정비법 제136조까지 거론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136조는 이미 계약이 체결되거나 선정이 완료된 상황을 전제한 규정이기에 입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의 위반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제135조. 제29조의 계약체결이나 업체선정 관련 재산상 이익을 제공·약속하는 행위를 벌한다. 서울시나 국토부는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가 시공과 관련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 제안을 금지하고 당시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들이 무이자 이주비를 제안함으로써 이를 위반했으니 도시정비법 제136조로 벌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 듯하다.

하지만 도시정비법 제136조의 취지는 조합임·대의원 등 선정업무 관련자들이나 의결권을 가진 조합원들의 매수를 방지하려는 취지이지 시공사가 조합 혹은 조합원 전체에 이익을 제안하여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홍보행위를 벌하려는 게 아니다.

검찰 역시 건설사가 조합원을 상대로 이익 제공을 제안하는 것은 “뇌물죄에 준하는 부정행위”가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내려 국토부나 서울시의 비전문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어쨌든 국토부·서울시의 강력한 의지로 입찰은 무위로 돌아갔고 해당 구역은 시공사들로 하여금 지적된 하자를 시정한 새로운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워낙 곤욕을 치렀기 때문일까. 시공사들의 제안에서 무이자 이주비는 사라졌다.

문제는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 제30조는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의 제안을 금지하고(제1항) 예외적으로 금융기관 이주비 대출로 발생하는 “이자”의 대여나(제2항), 금융기관 수준의 금리로 “추가이주비” 대여만(제3항) 제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시공사들의 제안에는 이주비나 사업비 전체에 대한 이자부 대여가 예외 없이 포함돼 있다.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이자”나 “추가 이주비” 제안만 가능하도록 못 박았는데도 말이다. 규범이 규범으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뚜렷한 방증이다.

계약업무 처리기준 위반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공사들이나 그러한 제안을 반기는 조합을 탓할 일이 아니다. 조합이나 시공사 어느 쪽에도 실익이 없고 현실성도 없는 과도한 규제를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담은 국토부의 책임이다.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실효성 유지 차원에서라도 이주비·사업비, 무이자·유이자를 막론, 시공사의 자금 대여 제안이 가능하도록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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