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이후 중도금 받았는데

더 준다는 자와 계약했다면

형법상 배임죄로 처벌 받아


돈 빌리려 부동산 담보 약속

정작 이전등기는 딴 사람에

대법 “배임죄 책임 못 물어”


법령이 개정될 때 그 법령을 언제부터 시행하고 그 중 어느 규정은 어느 시점 이후의 행위에만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둔다. 소급 적용을 막음으로써 종전 법령 규정을 믿고 한 행동에 대해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법에 어긋나지 않고 그 법령에 따르면 불이익을 입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법령 규정은 그대로 있는데 대법원 판례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때 경과규정을 두지는 않는다.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면서 종전에 처벌 받던 사람이 처벌 받지 않게 되고, 처벌 받지 않던 사람이 처벌받게 된다. 계약의 유·무효가 뒤바뀌고, 돈을 물어주지 않던 상황이 물어 주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다. 예측 가능성이 여지없이 무너진다.


대법원 판례 변경은 비록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는 경우에도 사회 질서가 출렁이는 충격을 준다. 그래서 판례 변경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사회적 여파가 워낙 크기 때문에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심한 의견 대립을 겪는다. 


부동산을 어떤 사람(선행 매수인)에게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더 비싸게 사겠다는 다른 사람(후행 매수인)과 새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후행 매수인에게 등기를 넘겨준 매도인은 형사처벌을 받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약체결의 자유가 있으니 후행 계약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과 그렇게 되면 먼저 선행 매수인을 보호할 방법이 없게 된다는 입장이 대립한다.


이 사례에서 매도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매도인이 선행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는 선행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어야 하는 ‘재산보전에 협력할 의무’가 있고 이것이 매도인과 선행 매수인 사이의 신임관계라는 것이다. 매도인이 이 신임관계를 저버렸으니 형법상 배임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도인에 해당하는 ‘갑’이 선행 매수인에 해당하는 ‘을’로부터 돈을 빌린다. ‘을’이 담보를 요구하자 ‘갑’은 ‘을’에게 담보로 ‘갑’ 소유의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기로 한다. 이런 법률관계를 대물변제예약이라고 한다. ‘갑’은 돈을 빌리고는 약속을 어기고 ‘병’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버린다. 종전에는 ‘갑’에 대해 배임죄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최근 변경된 대법원 판례는 배임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이 판례가 변경되면서 이 법률관계를 둘러싼 당사자가 웃고 울게 된다. 앞으로 대법원이 유사한 형태의 사건에서 어떤 법리를 펼 것이고, 그에 따라 관련자들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극적으로 바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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