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중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총회를 앞두고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겨 벌써 2년 째 제자리걸음 중인 조합이 있다. 


현재 수익성이 아무리 좋아도 지금을 놓치면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다리다 지친 조합원들은 조합원 발의로라도 하루 빨리 관리처분총회를 하자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조합원 발의로 임원 선임·해임총회를 하는 것은 봤어도 관리처분총회를 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본 것 같은데, 조합원 발의로 관리처분총회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소수조합원들에게 조합원 5분의 1 이상의 발의 동의를 얻어 조합장에게 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고 안건 사항을 제한하지 않았다(제44조제2항). 법 문언상 조합원 발의에 의한 관리처분총회가 금지된다고 해석할 근거가 전혀 없다.  


조합장은 소집요구 안건 그대로 총회를 개최해야 하고 안건 일부를 취사 선택할 수 없다. 조합장이 소집을 거부하는 경우 조합원들은 직접 총회를 개최할 수 있으므로, 조합장의 협조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대부분 조합은 정관에 ‘총회소집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2월 이내에 총회를 소집하여야 한다’는 식의 규정을 두는데, 관리처분계획의 경우 계획수립, 법이 정한 필수적인 통지·공람절차에 2월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이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해보인다.  


이사회·대의원회 의결이 어려운 경우라면 조합원 발의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총회에 앞선 이사회·대의원회 사전심의는 필수절차가 아니며, 소수조합원의 총회소집요구권은 대표자인 조합임원을 통한 간접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예상하여 만든 권리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조합원 발의 총회 시 대의원회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사안에서 총회 개최 자체를 금지할 중대한 절차 위반은 아니라는 결정을 하기도 하였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2년).


선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천안의 한 주공아파트재건축조합은 조합원 발의로 조합원총회를 개최했다. 서울 노원구의 재건축조합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결론적으로, 다소 낯설기는 하지만 조합원 발의로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어 보인다. 


특히 조합원 발의는 소수조합원의 이익 보호라는 대의명분이 있기 때문에, 임기만료 조합장이 관리처분총회를 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 조합이나 이사회·대의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조합이라면, 위 방식의 관리처분총회를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이민경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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