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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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공자에게 4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방배5구역이 항소에 들어갔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프리미엄사업단(GS건설·롯데건설·포스코건설)이 모두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은 프리미엄사업단의 시공자 지위 여부와 배상금 규모에 대해 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사업단도 조합에 맞서 배상금 규모를 두고 다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 사상 최대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은 2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1심 판결문을 통해 소송 쟁점사항을 다시 짚어봤다.


▲프리미엄사업단, 공사계약 무효·취소 여부=먼저 프리미엄사업단의 입찰참여규정 위반에 따른 공사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여부다. 공사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면 배상금을 지급할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만큼 조합이 취할 수 있는 최대 해법이다. 


조합은 입찰예정금액으로 약 6,707억6,000여만원을 제시했는데, 프리미엄사업단이 공사금액 7,572억7,000여만원을 제안함으로써 입찰참여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즉 프리미엄사업단의 공사금액이 입찰예정금액을 초과했기 때문에 공사계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입찰지침서에 ‘입찰예정금액은 순공사비로 제경비 일체는 제외된다’고 기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프리미엄사업단이 제시한 순공사비 6,701억5,000여만원은 입찰예정금액 범위 내에 있으므로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조합은 제경비를 포함한 산출내역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사업경비를 증여의 의미로 ‘지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대여’했기 때문에 도시정비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업경비의 지원’은 조합이 스스로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전까지 대여하는 방식의 사업경비 등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프리미엄사업단의 귀책여부로 인한 공사계약 해제 여부=조합은 프리미엄사업단이 금전소비자대차계약을 체결하고도 대여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매도청구에 따른 현금청산자의 매매대금을 시공자가 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공자의 의무 위반으로 공사계약 해제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실제 비용 집행시점에 자금대여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매도청구소송은 동시이행판결이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된 매매대금이 동시에 지급돼야 소유권 이전등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매도청구소송의 확정시점보다 지체했더라도 매매대금을 공탁하는 등의 대여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니므로 사업비 대여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조합이 발송한 공문에는 계약해제에 대한 기간 경과 등에 대한 기재가 없어 적법한 최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조합의 최고가 적법하지 않은데다, 대여의무 이행을 지체해 해제권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행 제공이 된 만큼 계약해제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사계약 해제에 다른 손해배상 의무 여부=재판부는 공사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계약이익으로 인한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프리미엄사업단이 계약을 이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3,100만원을 초과하는 분양가의 50%를 프리미엄사업단과 조합이 각각 나누기로 한 사실을 바탕으로 배상비용을 산정했다. 이에 따라 법원 감정인이 감정촉탁한 결과 재건축분양에 따른 분양이익은 약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다만 재판부는 감정촉탁 금액의 20%만 배상할 손해액이라고 인정했다. 먼저 공사계약에서 정한 총공사금액은 7,246억원 규모인데, 통상 공사이율은 공사대금의 1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봤다. 또 프리미엄사업단이 실제로 수행한 공사가 없고, 무이자로 사업비를 대여할 경우 발생하는 이자도 없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더불어 공사기간은 35개월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실제 공사를 하지 않아 남은 공사기간에 다른 공사 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도 감안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조합이 GS건설에 약 155억8,000만원을, 롯데건설에 약 123억원을, 포스코건설에 131억2,000만원 등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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