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에서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말 민주주의 서울에 접수된 한 시민의 ‘재개발, 재건축시 길고양이 보호 조치를 만들면 어떨까요?’에 대한 의견 게재가 발단이 됐는데요. 박원순 시장은 해당 주제가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도시 정비구역 내 길고양이 보호 매뉴얼’ 및 ‘길고양이 민원 처리 지침’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는 향후 시행될 대책으로 ‘집중 중성화’를 통한 개체 수 조절, 임시보호 등이 유력해 보입니다. 이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시에서 마련하겠다는 것인데요. 


시는 가장 먼저 노후·불량 건축물 밀집지역 내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또 동물보호 활동가,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길고양이의 보호 방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길고양이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윤곽을 정해 놓고 세부 기준을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가 현재까지 내놓은 방안들은 무엇인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동안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정비사업 단계 및 시기를 알 수 없어 자발적인 조치가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져 왔다는 게 시의 주장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서 시에 기존 건축물에 대한 철거시기를 알리도록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철거 이전에 길고양이, 유기동물 등을 사전에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존 건축물 철거시기에 대한 통보. 과연 사업시행자가 해야 할 일일까요. 상식적으로 철거 시기는 인·허가권자인 자지단체가 더 빨리 알 수 있습니다. 관리처분은 행정청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보에서도 인가된 내용과 함께 기존 건축물의 철거 예정 시기가 포함돼 있습니다.


더욱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특별자치시장 및 도지사가 정비사업 시행으로 주택 부족 및 불안정이 우려되는 경우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시는 조례에서 관리처분인가 시기조정 절차 및 방법에 대해서도 명시해놨습니다. 사실상 관리처분인가 이후 절차인 이주 및 철거 시기는 관에서 정해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행정청이 이러한 정보를 몰라서 조합에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업무 파악이 미비한 탓일까요. 아니면 관계부서간에 상호 업무 협력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일까요. 시는 생명의 존엄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대명제를 던져놓고 정비구역 내 이해관계자를 벗어나 폭 넓게 여론을 수렴했습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조합에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