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협력업체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시공자다. 정비사업의 주체는 엄연히 조합이지만 조합설립인가와 법인등기까지 마쳐 적법한 사업시행자 지위를 획득하여도 막대한 정비사업비 조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시공자가 붙지 않으면 조합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면키 어렵다. 

때문에 시공자는 법적으로는 분명 조합과 계약관계로 맺어진 숱한 협력업체 중 하나일 뿐이지만 사실상 사업시행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오인되기도 하고 또 자의반 타의반 그런 역할을 떠맡기도 한다. 

서울시가 전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공공관리제의 채택 여부를 주민의 선택에 맡기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도 따지고 보면 시공자 선정시기를 무리하게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늦춘 공공관리제에 대한 반발을 주된 동력으로 삼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주택분양시장의 각종 지표가 호전되는 국면에 접어들면서 종래 시공자 선정에 실패하였거나 이미 선정된 시공자와 파국을 맞았던 조합들이 새로이 시공자 선정 절차에 돌입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끔 문제가 되는 것이 수의계약에 의한 시공자 선정절차이다.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이하 ‘선정기준’)에 따르면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할 경우 일반경쟁입찰, 제한경쟁입찰, 지명경쟁입찰 등 경쟁입찰의 방법에 의하여야 하지만 3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선정기준의 대부분 제한이 경쟁입찰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 규정의 문언상 분명하지만 일부 제한은 경쟁입찰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수의계약 절차에도 적용되는 것인지가 규정문언상 뚜렷하지 않아 그 해석을 둘러싸고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선정기준 제13조제3항은 시공자 측의 개별홍보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수의계약 절차에도 적용하여야 할지가 다투어지고 있다. 수의계약 절차에도 개별홍보 금지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내세우는 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해당 규정의 문언상 경쟁입찰과 수의계약 절차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협력업체인 시공자의 선정이 공정하고 적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입법목적에 비추어 경쟁입찰에만 적용되는 것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선정기준을 수의계약에도 폭넓게 적용함으로써 시공자 선정업무의 적정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견해에 선뜻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우선 선정기준 제13조제3항이 시공자로 선정되려는 자들의 개별홍보를 금지하면서 문언상 경쟁입찰과 수의계약을 뚜렷이 구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별홍보가 금지되는 이유는 홍보자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기 보다 공정성이 담보되는 ‘합동홍보’가 허용되기에 굳이 부작용이 많고 통제가 어려운 개별홍보를 허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합동홍보는 복수의 건설사 참여를 전제로 하기에 1개 업체만이 등장하는 수의계약 절차와는 인연이 없는 개념이다. 

선정기준 제13조제1항과 제2항 역시 합동홍보를 규정하면서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라거나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라는 표현을 통해 합동홍보가 경쟁입찰 절차를 전제로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나아가 선정기준의 광범위한 제한사항 들을 수의계약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경매, 입찰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계약의 상대방을 선정할 수 있다는 수의계약의 본래 뜻과도 어울리기 힘들다. 
결정적으로 3회 이상 유찰되어 시공자 선정에 실패한 사업장이 가까스로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려는 마당에 또다시 까다로운 선정기준 상의 절차 준수를 요구하며 찬물을 끼얹는 것은 선정기준의 입법목적을 넘어서는 것일 뿐 아니라 정비사업의 현실론으로도 설득력이 빈약하여 취할 바 못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