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조합이 수용된 부동산을 넘겨받기 위해서는 이사비 등을 먼저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의 판결이 아직 남아있지만, 선지급 판결이 내려진 만큼 토지수용 등을 진행하는 재개발 조합에서는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6부(부장판사 황병하)는 인천 A재개발 조합이 B씨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조합이 주거이전비 등에 대한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동산 인도를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조합은 지난 2016년 7월 인천 부평구청장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재개발사업을 추진했다. 구역 내 B씨는 토지와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보상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부동산 인도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인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토지·건물에 대한 손실보상금을 3억1,000여 만원으로 정했고, 조합은 해당 금액을 공탁한 후 부동산을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공탁금에는 주거이전비나 이주정착금, 이사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B씨는 “조합의 이주정착금과 주거이전비, 이사비 지급의무가 부동산 인도의무보다 선이행 또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며 “조합으로부터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 받기 전까지 부동산을 인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인 인천지법은 조합이 부동산을 인도 받기 위해서는 주거이전비 등을 먼저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현금청산 대상자에 대해 보상대상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평가액의 30%에 해당하는 이주정착금, 가구원수별 명목 가계지출비를 기준으로 한 2개월치 주거이전비, 가재도구 등 동산 운반에 필요한 이사비 보상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는 청산금을 통해 생활의 근거를 상실한 현금청산 대상자의 손실을 보전하고 종전과 같은 생활 상태를 유지·재건할 수 있도록 한 보상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법리에 따라 B씨가 부동산을 인도하는 것에 앞서 조합이 B씨에게 이주정착금, 주거이전비, 이사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사전에 이주정착금 등에 대한 청구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조합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합은 B씨가 이주정착금 등을 미리 청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조합은 이를 법규에 따라 산정해 공탁할 수 있었다”며 “조합의 주장은 도시정비법과 토지보상법 취지를 망각한 태도”라고 판시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