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지정 해제 신청이 이뤄졌다면 해제 동의서에 대한 추가나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정비구역 지정 해제처분에 대한 취소 고시로 재개발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된 수원시 장안 111-3구역에서 나온 판결 내용이다. 1심 판결에 이어 2심에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조합이 승소함에 따라 해제동의서를 둘러싼 쟁점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이번 판결의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 짚어봤다.

▲구역해제 접수 후 추가 동의서나 동의서 철회의 인정 여부=먼저 구역해제 동의율에 대한 산정기준 시점이다. 법원은 정비구역지정 해제 요청에 관해 토지등소유자나 토지면적 등의 동의 요건을 판단하는 시점을 해제요청서 제출 시로 봤다. 즉 해제요청이 이뤄진 이후에는 추가적인 해제동의나 해제동의의 철회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정비구역 해제요청이 있는 경우 지자체가 정비구역 지정에 대한 해제 여부를 심사해 결정할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역지정 해제요청에 필요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비율이 충족돼 일단 지자체가 재량권 행사를 개시하면 해제동의 철회로 재량권의 행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해제요청 이후 개별적 철회 등을 인정하게 된다면 행정청 입장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장기간 불확정 상태에 놓이거나 처분이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의철회서나 추가동의서는 구역지정 해제요청 전에 제출된 것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전체 토지면적 50% 초과’ 구역해제 조례기준의 위법 여부=구역해제 동의율 기준이 전체 토지면적의 일정 비율로 정하는 것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나왔다. 


이번 소송의 피고인 수원시는 전체 토지면적의 50%를 초과하는 토지소유자가 사업에 반대하는 경우 구역해제가 가능하도록 조례로 정했다. 또 서울시도 토지면적 50% 이상이 동의하면 직권해제가 가능하고, 안양시, 부천시 역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고양시의 경우 토지면적의 30% 동의만으로도 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자체가 정비구역 지정 해제여부에 대해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도시정비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토지면적의 50%를 초과하는 토지소유자가 정비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했다는 것만으로 반드시 정비구역 해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근거에서다. 


즉 토지면적 과반수의 반대가 있더라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 지정해제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조합설립 취소사유를 규정한 구 도시정비법 제16조의2제1항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자 선임하지 않은 공유지의 일부만 작성한 동의서의 효력 여부=판결문에는 대표자를 선임하지 않은 공유지의 일부 소유자들이 제출한 해제동의서의 효력 여부도 담겼다. 결론적으로 일부 공유자가 제출한 동의서는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구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공유자의 경우 대표하는 1인을 토지등소유자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유지의 일부 소유자만 해제동의서를 제출했다면 동의면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또 소유자가 사망한 이후 상속인들 전원 명의로 작성되지 않은 동의서의 경우에도 동일한 이유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현의 김은미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그동안 구역해제와 관련된 법적 쟁점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며 “특히 공유지의 경우 2심 재판부가 대표자나 전체 공유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판단한 만큼 조합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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