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과정에서 공정성 시비를 야기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가장 빈번하고 심각하게 다투어지는 대상 중 하나가 ‘설계’다.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시공자 선정을 위하여 기본설계를 제시하는데도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별도의 설계를 제안하는 것은 입찰경쟁력을 강화하여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설계를 시공자 선정과 관련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사업시행자가 제시한 기본설계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층 수, 건립 세대수, 동 수, 동 배치 등이 바뀌어 제안되기도 한다.
그러나 입찰경쟁력만을 앞세워 제한 없이 설계 변경을 허용할 경우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빚어지기도 한다. 법적으로나 경제적 관점에서 실현 불가능한 설계를 가능한 것처럼 제시하여 조합원들을 현혹함으로써 경쟁 입찰의 공정성이 무색해지는 사례가 하나 둘 등장한 것이다. 


입찰에 참여한 시공자 간의 과당경쟁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떠오르는 상황에서 설계의 실현가능성이나 적법성마저 논란의 대상이 되다보니 선택권을 행사하여야 할 조합원들의 혼란은 극심해지고 의견이 다른 조합원들 간 갈등의 골도 그만큼 깊어지는 문제점이 노정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최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사업장들은 입찰참여자들의 설계변용에 제한을 두기 위해 ‘특화설계’는 허용하되 ‘대안설계’는 금지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금지되는 대안설계와 허용되는 특화설계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안설계와 특화설계 모두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경쟁력을 높이고자 사업시행자가 제시한 설계원안에 변경을 가하여 제시하는 설계로 이해될 뿐 이를 명확히 정의하는 법령은 발견되지 않는다.


각종 입찰에서의 관행 그리고 ‘대안’과 ‘특화’라는 용어 자체가 내포한 의미 등을 고려할 때, 대안설계는 입찰참여자가 설계목적물의 기능과 효용을 높이기 위하여 발주자가 입찰을 위하여 제시한 설계 중 일부나 전부를 대체하는 내용으로 변경을 가하여 제출하는 설계를, 특화설계는 입찰참여자가 설계목적물의 효용과 편의성 등을 제고하기 위하여 발주자가 제시한 설계를 기본으로 이를 보완하거나 기존의 외관‧기능‧효용 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변경을 가하여 제출하는 설계로 일응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대안설계와 특화설계는 모두 발주자가 입찰을 위해 제시한 기본설계에 입찰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한 변경을 가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나, 그 변경의 목적과 범위가 발주자의 기존설계를 대체하는 것이냐 아니면 발주자의 기본설계를 보완하거나 강화하는 정도에 그치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이고, 그 변경이 발주자가 제시한 설계를 대체할 정도에 이른다면 대안설계, 대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고 보완이나 강화 정도에 머문다면 특화설계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유의할 것은 대안설계나 특화설계는 발주자의 설계가 적법함을 전제로 설계목적물의 효용이나 외관‧기능‧효율성 등의 제고를 위하여 일정 범위에서 기본설계에 변경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기본설계에서 미처 준수하지 못한 건축법령 위반(예를 들어 주차공간의 최소 너비나 고층건축물에서의 피난용승강기 설치위무)을 치유하거나 교정하기 위한 입찰참여자의 제안은 설령 일정부분 연면적의 변경이나 층수의 변경 등을 초래하여 특화설계의 범위를 훌쩍 넘어선다 하여도 이는 기본설계의 위법성을 치유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기에 제한 없이 허용되어야만 한다. 위법한 것을 적법하게 교정하는 노력에 가해지는 제한은 제한 그 자체로 위법하기 때문이다. 
 

박일규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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